내가 내 몸을 투시할 수 있다면

간단한 건강 체크기도 생기겠지?

by 이춘노

뉴스에서 전염병 관리를 위해 공항에서 열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들었다. 그 뉴스를 접하고서 그 사람들은 단순히 입국하는 중인데, 몸의 이상이 색으로 표현되어서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했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찾아 먹게 되는 30대 후반에는 그런 망상도 즐겨하게 된다. 또 이곳저곳에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 몸에 젤을 바르고 마우스 같은 기계로 내 몸을 꾹꾹 누르면 나도 좀 그 결과 보여달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대부분 검사는 흑백이고 모양을 봐서는 알 길이 없다. 보통은 의사나 전문 의료인이 MRI 검사 후에 웹툰을 쭉쭉 돌려보듯 마우스 스크롤을 이리저리 올리면서 상태를 설명해도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보일 리 없다. 그래서 그런 투시기가 있고, 가격이 적당하다면 매일같이 셀카 찍듯이 나를 찍어보고 셀프 건강검진을 하고 싶다.

건강검진을 위해서 갑상샘과 흉부 CT를 찍는데, 딱 봐도 고가의 기계음에 주눅이 들었다. 흰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누우세요’, ‘돌아누우세요’,‘숨을 참으세요’ 하면 나는 말 잘 듣는 어린이가 되었다. 그래서 의사에게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따라붙나 보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병명이나 각종 질병의 내용을 전문가처럼 알고 떠들어도 보통은 이런 상태로 순종적 검사를 받는다. 확실히 피검사나 간단한 신체검사 수준에 상황 하고는 다르게 검사 태도가 곱다.

한편으로는 불편한 자세로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며 내 숨 쉬는 것까지 통제되는 가운데 자유로운 눈은 눈치나 보고 있다. 그러다 검사자가 묘한 감탄사나 표정 변화에 내 몸이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 내 몸에 변화를 비싼 장비가 잡아냈는지? 그것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곳을 절개하고 그걸 꺼내는 외과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은 그냥 풀어놓은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슬리퍼를 찾아 발을 휘휘 딛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애써 숨기면서 묻는다.


“별 이상은 없죠?”


그러면 대부분 검사자는 사무적으로 대꾸한다.


“결과는 나중에 통보됩니다. 다음 검사받으시면 돼요.”


이런 대답은 40세가 다가와도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사람의 불안은 대부분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서 찾는다고 한다. 아마 그런 불안은 찝찝함이라는 표현으로 건강검진이 끝나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지인들에게 말하는 대화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그날 잠자리에서 내가 덜컥 암에 걸리는 순간을 꿈꾸다 악몽이라며 물 한 컵 마시고 다시 잠이 들지도 모른다.


나는 순종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시선도 검사자를 최대한 바라보지 않고, 내 몸과 상관없는 일이라서 무관심한 듯 나가고 검사 결과에 대한 어떠한 언질과 추궁도 하지 않았다. 최대한 쿨하게 문밖을 나섰다. 하지만 그건 최근 큰 수술을 한 어머니가 있어서 혹시나 내가 아프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설레발치고 싶은 않은 징크스랄까? 마치 내가 국가대표 경기를 보면 응원하는 우리나라 팀이 지는 징크스가 있어서 결코 축구를 보면서 응원하지 않는 이유 같았다. 정말로 질병을 색으로 표현하는 투시 기계가 있어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내 아픈 곳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하루 공가에도 고가의 장비에 눈치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찜찜한 밤을 보낼 일도 없을 테니까. 간절하게 원한다. 아직은 상상 속의 기계지만 누군가 개발했으면 한다. 지금의 나는 그 투시 정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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