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물음표를 달고 사는 30대

내가 아픈 건지? 졸린 건지?

by 이춘노

초등학교 6학년 때, 공포의 불주사를 맞기 전에 여러 괴담이 있었다. 어깨의 맨살을 드러내고 벽에 있으면 총 같은 주사로 쏜다는 말부터, 맞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는 소문은 학급 단위로 돌아가며 주사를 놓아주던 간호사들이 마냥 저승사자같이 보였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도 괴담은 있었다. 만 35세가 넘어서 처음으로 하는 건강검진은 여러 검사 항목 중에서 말로만 듣던 위내시경이 있었다. 아버지는 집안 유전으로 위장이 안 좋았다. 그래서 항상 일회용 샴푸를 뜯어먹는 것 같이 약을 마시는 것부터 정기적으로 위내시경을 해야 했다. 검사의 방법은 너무 간단하다. 기다란 호스 끝에는 카메라가 있고, 그걸 입으로 넣어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급체하면 입안에 손가락을 휘휘 저어서 위에 있는 것을 쏟아내는 것이 치료처럼 행해지던 때에 내가 생각하는 위내시경은 그 정도의 역함과 공포의 검사로 각인되었다.

검사를 받기 전에 같이 일하는 직원이 수면 내시경으로 할 건지? 그냥 할 건지? 나에게 물었는데, 난 과거의 괴담에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굵기라도 뭔가 입으로 들어오면 숨을 쉴 수도 없거니와 아무리 공복이라도 구역질을 할 거 같아서 당연히 수면 내시경을 한다고 했다. 그런데 본인은 그냥 내시경을 한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 마취된 상태로 내가 무방비로 타인에게 노출된다는 게 너무 싫다는 것이었다. 고통을 피하려고 차마 생각하지 못한 단점이었다. 술을 마셔도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는 습성을 지닌 것은 혹시나 모를 나의 주사가 다음 날 민망한 상황을 연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인 의사와 간호사 앞에서 무의식 중에 욕을 하는 것을 떠나서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망설여졌다.

운전하는 내내 고민을 하다가 최종 선택을 할 때, 무의식의 나를 한 번 믿어보기로 하고, 수면 내시경을 택했다. 팔에 주사를 맞고, 잠시 검사실 앞에서 앉아 있다가 침대에 눕고, 입에 뭔가를 물었다. 그리고 눈을 떴는데, 커튼 친 공간에 새우처럼 누워있었다.

‘설마 내가 마취에서 깬 건가?’

어지러운 상태로 간호사를 부르는 호출 벨을 누르니, 10분은 더 누워있으라고 했다.


“끝났나요?”


허무한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불을 덮어줬다. 필름이 끊어질 때까지 술 한번 마셔본 적 없던 나였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무 기억도 못 하는 그 순간이 그래서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생각보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검사를 위해서 제일 많은 검색하고, 긴장했음에도 너무 싱겁게 끝났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니 그게 더 무서웠다. 어지러운 상태로 검사 결과를 대충 듣고 내 목구멍과 위장에 생생한 동영상을 봤다. 염증이 약간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했는데 보기엔 모습 전체가 이상 있게 보였다. 그냥 전문가가 그렇게 말하니 고개만 끄덕이고 이상 없으니 다행이네! 안도하며 어지러워서 그냥 앉아 있다가 옷 갈아입고 병원을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너무 어지러웠다는 것이었다. 아침도 못 먹고 점심때를 맞이했는데, 막상 어지러우니 운전을 못 하겠다. 근처에 쉴만한 곳을 찾다가 영화관으로 갔다. 서너 시간 어지러운 상태가 될 것 같으니 운전은 하지 말라 했고, 차에서 쉬기에는 좀 갑갑했다는 이유였다.

내용도 잘 안 들어오는 따분한 영화를 보면서 두 시간을 보내는데, 나도 모르게 잠이 왔다. 혹시 약이 너무 과해서 부작용이 온 건가? 덜컥 겁이 나는데도 잠이 왔다. 영화가 시작하고 10분쯤 잠들어서 끝나기 10분 전에야 깼다. 그래도 운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어서 저녁을 먹기 위해 비틀비틀 식당을 찾아 걸었다. 분명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고 했는데, 평소처럼 비빔냉면에 찐만두를 먹고 정신이 돌아왔다. 먹을 것이 몸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걱정했던 건강에 대한 고민도 냉면 국물 마시듯 시원하게 까먹었다. 아마도 내가 정말 아팠다고 해도, 난 졸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믿고 싶지 않은 걱정보다는 맛난 음식을 먹는 현실이 더 행복하니까. 그리고 설령 아팠다고 해도 당장 내일 출근해서 처리할 당면 업무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다음 전화를 하고 아파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직원에게 처리를 부탁하고 나서야 내 몸에 이상을 걱정했을 것이다. 분명 인식하는 와중에는 건강을 걱정하지만, 막상 생활하다 보면 까먹는다.

아마도 30대에 아픔이라는 것은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물음표는 달고 있지만, 어느 하나 느낌표가 없다. 그보다는 즐거운 것만 상상하고, 미래를 꿈꾼다. 그게 평범해지는 방법이라지만, 왜 나는 미래에 의문이 생길까? 독촉 메일을 받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바쁜 일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건강검진 때면 설마라는 생각도 했다.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사랑도 뜨겁게 타오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점점 고장 나고 있다.

지금 나는 아픈 걸까? 아니면 단순히 피곤한 것일까? 느낌표가 필요한 시점에 나는 내 삶 속에서 종합검진을 해보고자 한다. (2단원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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