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가 추노에게

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by 이춘노

너는 너무 생각이 많은 사람이야. 생각이 많아서 두상이 큰 걸까? 조그마한 머리로도 충분히 세상 살아갈 수 있는 고민과 번뇌가 다 들어가는데. 고민을 좀 줄였으면 해.

처음 인사치고는 너무 도발적인 지적일까? 오해는 말아줘. 그냥 그렇게 큰 머릿속에 좋은 추억을 더 담았다면 좋겠다는 나름 상상해본 거니까.


한 발자국 뒤에서 너를 봤어. 그런데 생각이 많은 너를 지켜보는 내내 난 불안함을 느꼈어. 다른 사람들은 과도한 성실함과 어두운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러한 사람보다는 널 생각해주는 사람이 많은 걸 넌 모르는 것 같아. 아니 이미 너는 알고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더 신경 쓰이는 것뿐이겠지. 그래서 종종 내 이야기를 너에게 해주려고 해.


몇 년을 알고 지낸 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인데. 생각이 많아서 고통스러우면 생각하지 말래. 그마저도 안된다면, 몇 년의 시간을 넉넉하게 포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어. 사실 나도 속으로 그게 가능한 말인지? 의심했어. 나도 나이가 적지 않은데, 3년을 포기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1,000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을지.

그런데 생각을 달리해보니, 난 이미 3년보다 더 긴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어. 남들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경쟁에서는 저만치 밀렸어. 그렇게 생각하고 그분의 충고를 생각하니, 비록 남들은 내 앞에 있어도 나 스스로 뒷걸음질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 아닐지?

이미 커버린 머리 크기를 줄일 순 없겠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네가 선택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싶었어. 여름이 오기 전, 이번 달에는 내 이야기를 한 번 실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선택은 네가 할 일이니 조용히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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