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에 들어와 환경 업무를 맡아서 일하고 있지만, 내 진짜 업무는 사회복지라고 생각하게 했던 사람이 있다. 환경 문제로 지칠 무렵에 눈에 보인 사람은 지적 장애가 있는 수급 가구였다. 나이로는 우리 사무실에 막내 직원 정도인데, 지적 수준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이다. 키도 크고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서 거의 매일 면사무소를 방문했다.
덩치가 농구선수만 한 건장한 남자가 철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면, 보통의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뻔했다. 근처에 초등학교도 있고, 뉴스에서 불안한 사건 사고가 연일 보도되면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는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서 거의 매일 챙기게 되는 친구인데, 나 또한 그 친구를 대하는 생각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매번 수습 가능한 문제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사건에는 보통 사람임을 느꼈다. 불과 7년 전에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 1급이 있다고 해서 남들보다 복지 마인드가 투철하다고 자신도 이해하긴 어렵다. 단순한 지식적인 부분은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곤란한 사건에는 나도 제삼자다. 뫼비우스에 띠처럼 계속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투자 시간은 민간 사회복지사도 어렵겠지만, 공직생활을 하는 공무원 관점에서 시간과 감정을 많이 투자하면 불리했다. 업무라는 것에는 총량이 있다. 그것이 작은 소도시의 산골 면사무소라도 그 총량은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 앞서 말한 친구의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회의를 했다. 퇴근 시간에 마을 학부모 대표들과 진지하게 토론을 하였다. 각자의 생각과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와중에 나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관심이 없다는 그 친구를 위해서 대변을 하고,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을 공동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지역 주민의 수준도 놀라웠지만, 한편으로 사회복지 공무원이 아닌 사회복지사로 내가 하는 말들은 자리가 끝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단순하게 나라도 그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대화를 진행했고, 주민들도 공감을 해주셨다. 단순한 민원 전화로 던지는 요구가 아닌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에서 처음으로 지리산 면서기가 사회복지사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복지 공무원도 사람이다. 답이 없는 숙제를 하기 싫고, 찍기 쉬운 객관식이 편하다. 모르는 공식을 대입해서 답을 내야 하는 수학 주관식 같은 답은 쉽게 풀지 못한다. 대부분 공무원은 객관식 같은 답을 열심히 푼다. 그러한 문제가 쉼 없이 쏟아진다. 단순한 지식으로 풀고 틀려도 바로 답을 찾기도 쉽다. 나도 매번 같은 답을 가진 수급자 신청부터 각종 복지 신청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별 무리 없이 해결한다. 물론 보통은 이런 거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답이 없는 주관식 문제들이다. 수급자 가구인데, 장애가 있고, 대화 자체도 잘 안 되는데, 지역 사회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러한 것들이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회복지 공무원 복지 마인드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 그건 직급이 높다고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사회복지직은 그러하다는 편견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일하는 당사자도 일을 위해서 민원을 넣는 주민도 그리고 주변에 있는 동료들도 그것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그건 함께 해결해야 하는 난제이다.
나는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보면서 처음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지금도 고민을 주는 친구이지만, 적어도 지리산 자락에 있는 가운데는 함께하는 고민하는 사람이 있기에 문제가 없을 그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문제 또한 이렇게 해결될 실마리가 존재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