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면서기 보호구역

에필로그

by 이춘노

임용이 된 지, 5주년이 되던 날. 저녁에는 동기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매년 그날을 기점으로 갖는 조촐한 동기들의 파티이다. 책을 위해서 글을 쓰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잊고 지냈던 과거의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나를 도와줬던 친구들과 항상 단톡방에서 대화하지만, 실상 나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하는 동기들.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선배와 함께 고생해 온 짝꿍들.

하지만 오히려 제일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나 스스로인 듯하다. 수많은 메모가 가득한 노트는 존재했지만, 그것을 압축해서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내렸다. 그러면서 질문과 답을 부끄러운 글솜씨로 이어 갔다.

처음 글을 쓰는 동기는 나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에게 쉼표를 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가장 많은 기운은 얻은 것은 내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누군가의 그 고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세상을 탓한다. 그리고 결핍을 부끄러워하며, 현실을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을 부정한다. 지금까지 과거를 돌아보면서 가난한 가정과 부족한 능력, 게다가 청년 실업 문제를 탓하면서 막중한 업무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였다. 솔직히 원망했다. 모든 것을 원망하고 비난하기 바빴던 시간을 낭비했다. 그리고 나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모든 것들을 적었다. 그래서 휴직도 생각하며 극한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지리산에서 돌아온 길을 봤다. 가까이는 함께 일하는 짝꿍도 있었고, 힘들 때 나서 주는 동기들이 있었으며, 선·후배 동료들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를 지지해준 친구들도 여태 옆에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뭔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는 포기만 했다. 외면했지만, 불편했다. 대면할 자신이 없다고 스스로 결론지었다. 한 번 부딪혀 보고, 힘껏 이야기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자포자기했다.

혹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묻길 바란다. 힘든 순간에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 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친 건 아닌지. 그리고 그런 것도 생각이 안 들 때는 짝꿍에게 말을 해보길 추천한다. 원하는 답은 아닐지라도 해결책은 본인 생각으로 나온 개수보단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미 가진 것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나는 공교롭게도 5주년이 되는 날에 어머니의 간암 확진을 받았다. 너무나 많이 봐왔던 상황임에도 내 가족에게 생긴 일에 너무나 당황스럽지만, 나를 돌아볼 시간이 존재했기에 조금은 태연할 수 있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했던 8월 8일도 모두 내가 겪어야 할 일임에는 변함이 없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항상 존재했기에 몰랐던 것들에 감사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도 앞으로 나의 고난은 시작 단계일지는 모르겠다. 어머니의 병간호로 또 그 치료비용으로 주어진 업무의 강도는 그대로일 것이다. 다만 어제의 나보다는 한 가지는 더 좋은 삶으로 나를 바꾸겠다는 맘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에 기대해본다. 아마도 이 책을 통해서 다짐을 듣게 될 수많은 지인에게 지켜봐 달라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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