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면서기 보호구역

우리의 보호구역은?

by 이춘노

2019년 8월 8일은 내가 입사한 지 5년이 되고, 지리산에 온 지도 1년 1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여름이 오면서 다시금 쓰레기 배출 문제와 휴가철 관광객들은 존재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것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편찮으신 부모님과 약해진 체력에서 오는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는 평생 사라지긴 힘들 것이다.

어느덧 승진하고 들어온 지리산에서 면서기라는 이름으로 지낸 지도 1년이 지났다. 그 안에서 국립공원 지역 속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지켜봤다. 처음에 지리산에 들어가며 신기하게 바라봤던 보호구역 표지판을 보면서도 나는 사람과 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곳으로 산내면을 운명처럼 만났다고 생각했다. 출퇴근이 힘들어서 관사에서 지냈고, 방을 구해서 산내면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외로움보다는 편안함이었다. 두렵다는 생각으로 도망치는 것만 생각했던 사람에게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보호구역이라는 뜻을 ‘지켜준다’라는 단어만 생각했기 때문에 갖게 된 생각이었다. 결국, 보호구역에서도 야생동물은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고 있고, 지키는 인간과 해치려는 인간은 존재했다. 오기 힘들다는 지리산에도 사람은 살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야생동물은 살고 있었다. 사실 보호구역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8월의 어느 날, 주민들이 만든 환경 보호 관련 모임에서 면의 쓰레기 문제로 담당자와 상담을 요청했다. 쓰레기 문제로 항의 민원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기에 바쁘지만, 오후에 현장을 방문했다.

사실 반가웠다. 1년 동안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최근에 장애가 있는 수급자 문제로 진지하게 회의를 했던 것과 같이 주민이 주도하는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희망인 기대를 했다.

나는 모임의 주최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설령 환경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지금보다는 발전된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변화한다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그건 나에게도 던지는 말이기도 했다. 사회복지와 환경이 문제의 접근법을 결국 사람에게서 찾듯이. 복잡할 것 같은 민원도 나를 힘들게 했던 고민도 거창하게 포장했지만, 하나 더 나은 생각을 한 것과 못 한 것의 한 끗 차이였다. 단순하게 도망치듯 시청을 벗어나고 사람과 일이 무서워서 산내로 들어왔지만 결국은 그 안에서도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할 때. 나를 대면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는 것을 1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세상에 보호구역은 없다. 다만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과 자신만 존재한다. 돌아갈 곳은 없지만, 가야 할 곳이 있는 나에게 쉼표 같은 이 책은 나를 직관하게 해주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바라봐 주길 바란다. 산에서 내려가는 나와 같은 면서기들에게 보호구역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나와 같은 면서기들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숨 고르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힘들 땐 짝꿍을 의지하고 또 의지가 되도록 노력하길 바라며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산골짜기 면서기는 좀 더 지리산과 나를 변화시키고 조심스럽게 하산할까 한다.


* 이 글은 2019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브런치 초반 병원 이야기를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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