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났다

내 친구가 아빠가 되었다

by 이춘노

8월 7일. 갓난아이 두 명이 태어났다. 쌍둥이고, 모두 공주님이다. 2014년부터 고대하던 아이를 얻은 주인공은 내 절친이다. 참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내가 2014년에 입사했던 나름의 기념일 전날. 즉, 백수 인생 마감날과 같았다. 기특하고 대단한 생명의 탄생에 나는 노총각이라는 신분을 잊고, 바로 전화를 했다.

“축하한다. 이제 아빠네~”


“어 ~ 고마워.”


얼떨떨한 아빠의 대답에서 기쁨과 무게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사실 참 오래 기다린 아이였다. 이제는 마흔을 넘긴 나이,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우리는 환갑이다. 막연하게 기쁘기만 하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나의 친구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알기에 전화 통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음성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친구. 주로 세 명이 모여서 이야기하던 우리는 고3 백일주도 같이 마셨고, 군대도 모두 의경으로 나왔다. 또 우연히 부대에서 타 소대 선임으로 만난 인연. 그때 자기 코도 석 자인데, 챙겨준 마음은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마다 친구들은 나를 동생처럼 챙겨줬다. 정말 인연이라는 것은 우연처럼 이어지던가? 내가 입사를 하는 해에 결혼한 친구. 결혼식장에 모인 세 명의 친구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친구는 아이 아빠다. 그것도 쌍둥이 아빠. 사회생활에서 어른으로 자립하는 것을 떠나서, 한 가정에 기둥이 된 시점에서는 격이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하듯 포기한 결혼도 아예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도, 나와는 다르게 모두 감당하고 살아가는 친구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장담하건대, 지금보다 열심히 살 것이다. 태어난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리고 아빠의 자리에서 이쁘고 건강하게 키우리라는 것에 의심은 1도 없다. 오로지 걱정이라면 친구의 소식을 접하실 우리 부모님의 잔소리(?)겠지만, 그건 다른 친구도 비슷한 입장이니 좀 덜 억울할 것 같다.


친구는 이제 아빠가 되었고, 나는 조카가 생겼다. 그 자체로 너무나 기쁜 일이라서 친구의 전화 통화를 마치고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가끔 삼촌으로 용돈을 주는 것뿐이겠지만, 기분이 좋다. 그저 앞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길 기도하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해본다.




붙임 말 : 보통 나는 브런치 대문에 글은 직접 찍은 사진이나 분위기에 맞는 색을 넣어서 올렸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겠다. 태어난 아이의 순백의 탄생을 축하하는 노총각 삼촌이 바라는 마음. 하얀 백지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축하의 글을 올린다. 이제 태어난 아이들이 본인의 색을 어떻게 넣을지? 삼촌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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