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모래놀이만 해도 행복한 아이들. 절대 놀이터에서는 행복하기 힘든 엄마아빠들.
쭈쭈바를 입에 물고 San Francisco street 음악을 들으며 가본 적도 없는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상상해 보았다. 스케이트보드 타고, 바람 맞으며 자유롭게 다녀보고 싶다(참고로 스케이트보드 타본 적 없음). 사실 굳이 샌프란시스코가 아니어도 좋다. 그냥 시간이나 할 일에 쫒기지 않고 자유롭게 거닐고 싶다는 바람일 뿐.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이미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샌프란시스코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엄마에게는 놀이터가 고역이다. 혹자는 아이들이 노는 것만 봐도 뿌듯하고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놀이터는 어른들이 행복하기 힘든 공간이다. 어른을 위한 놀이가 없으며, 스마트폰을 보며 다른 볼 일을 보면 아이에게 관심을 안 갖는 것 같아 뭔가 미안하다.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거나 위험하지는 않은지 쉬지 않고 체크 한다. 절대로 놀이터에서 엄마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아는 엄마를 만나면 웃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아이들끼리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모든 게 별 노력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 같지만 적지 않은 긴장감과 의무감이 있으며, 가장 큰 문제는 엄마의 마음에 샌프란시스코 스트릿이 흐르고 있다는 것. 엄마도 엄마대로 놀고 싶고 쉬고 싶고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다는 것, 그리고 세탁기에는 아직 꺼내지 못한 빨래가 있고, 마트에서 사와야 하는 쇼핑목록이 있고, 저녁 메뉴 준비는 커녕 아직 쌀도 불리지 못했고, 아이들이 계속 미루고 있는 방학숙제가 나의 숙제처럼 쌓여있다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는 어른들은 오늘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뭉게뭉게 키워가며 아이들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