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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친구 Dec 27. 2023

당신의 후회는 뭔가요?

안녕. 자기야!


2023년이 며칠 안 남았잖아.

난, 자동적으로 '후회'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

어쩌면 후회도 학습된 게 아닐까 싶어.


후회

後(후) 자를 보면 족쇄를 찬 노예가 걸어가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해.

悔(회) 자는 어머니를 뜻하는 每자에 心자가 결합한 거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표현했대.


이 말을 내 멋대로 해석해 봤어.

죄책감 덩어리를 이고 지고 가는 모습이 떠올랐어.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나, 스스로를 족쇄에 가두는 나, 그런 모습말이야.

하루 지나면 또 다짐하고 후회하고 계속 반복되지.

매년 매일 매 순간 말이야.


마치 다시 태어나야지만 새로운 삶을 살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

현생도 맘먹은 대로 못했는데 다음생이 주어진 들 계획대로 살 수 있을까?

참 어리석은 생각이지.

지금도 안되는걸 다음에 바라는 게 욕심이지.


후회,

여태까지 나와 함께 한 단어였어.

글쎄 말이야,

내 좌우명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였다니까!

그 말은 후회를 꼭 붙들고 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던 거야.

마치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코끼리만 생각나는 것과 같은 원리겠지.

차라리 '잘 살자!'가 나을 뻔했어.

그러면 잘 사는 방법만 생각했을지도 모르잖아?


내가 아는 단어만 끌어안고 살기엔 삶은 너무 짧아.

유한해.

이제는 다른 단어를 선택할래.


'풍요'  (豐饒 흠뻑 많아서 넉넉함)

그래. 후회보다는 풍요가 나아.

내가 태어날 땐 풍요로웠어.

그땐 누구도 내게 후회라는 말을 가르치지 않았어.

울면 안아주고 배고프면 젖 주고 똥 싸면 갈아주고 잠 오면 재워주고

그것만으로 풍요로웠잖아.


지금은 내가 하면 되잖아.

울고 싶으면 울면 되고,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고,

똥 싸고 싶으면 맘껏 싸고 닦으면 되고,

잠 오면 자면 되잖아.


이것 봐!

이미 풍요롭지 않아?


오늘, 당신이 붙들고 살았던 단어 중, 헤어지고 싶은 단어를 찾아보길 바라.

그리고 인사하자.


"후회야!

그동안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하지만 이젠 필요 없을 것 같아. 안녕."


자기는 어떤 단어를 떠나보낼 거야?


            <이응노 / 군상>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안에 있는 수많은 내가 떠올라. 자기는 어때?  












 그려져 있었다.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으니 걸음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後자는 ‘뒤떨어지다’나 ‘뒤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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