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기야!
나는 답장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었어.
청소년기 시절
친구에게 편지나 쪽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안 오면 별의별 생각을 다 했지.
물론 모든 화살을 내게로 돌려서 말이야.
'나한테 삐졌나? 내가 뭐 잘못했나? 내가 싫어졌나?' 항상 '내가'로 시작했어.
세월이 흘러
카카오톡처럼 소통이 빠른 메신저 수단이 생겼지.
내가 안 바쁠 때는 상대에게 답장이 오나 안 오나 신경 썼는데
일상이 바빠지니 답장이고 뭐고 메시지 확인도 한 템포 늦어지는 거야.
어떤 날은
카톡 창을 볼 여가도 없을 만큼 분주했고,
어떤 날은
기분이 꿀꿀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고,
어떤 날은
깊은 낮잠에 들어서 못 보는가 하면
어떤 날은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가서 답장을 못할 때도 있었지.
또 어떤 날은
바쁜 시간대에 확인만 해놓고 '이따 답장해야지!' 하면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거야.
정말 특별한 상황 빼고는,
상대방 탓이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이 분주해서 못한 거더라고.
입장을 바꿔 살아보니
니 탓이 아니더라.
물론 내 탓도 아니야.
그냥 상황이 그랬던 거야.
그런데 맨날 니탓 내 탓하고 살면 뭐가 좋을까 싶더라.
니탓도 내 탓도 아닌걸 굳이 찾아내어 뭔가 들쑤셔보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접고 나니,
자유로워.
그리고 나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해지더라.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겠다.'
그 마음을 갖고 난 뒤에야,
진짜 내 마음이 알아차려지더라고.
아, 나도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구나.
자기는 오늘하루 어땠는지 궁금하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하는 여유가 생기면 좋겠어.
나도 그 마음으로 또 살아내 볼게.
그럼 이만, 총총!
이응노 화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