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또 집을 나선다

by 마흔에 글쓰다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엄마는 믿어"


"... 나도 믿는다 자연이 주는 치유를..."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에서


20대 중반에 결혼하여 20대 때 출산을 마쳤다. 큰 아이와 26살 차이, 작은 아이와 28살 차이가 난다. 농촌에서 살기 때문에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기숙사에 들어갔다. 차로 30분 거리지만 버스로는 1시간 30분 거리에 버스도 갈아타야 해서(버스 배차간격이 1시간 )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가까운 거리도 기숙사에 넣어놓고 오는 그 밤에 눈물이 계속 흘러내려 당황했다. 거리는 가까울지 몰라도 마음의 거리가 크게 생긴 것 같았다. 엄마를 보내고 찾아온 아이에게 밀착되어 살았던 것이다.

이제 둘째 아이도 기숙사에 보내게 되었다. 막내가 주는 기쁨은 또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지... 아이는 빨리 기숙사에 들어가 생활하고 싶다고 했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친구들과 축구할 생각에 신이 났다. 고등학교란 더 공부하는 곳인데 잠시 잊은 듯하다. ㅎㅎ 아이를 보낼 생각을 하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남편은 둘이 시간을 보내고 좋지 않겠나 하지만 나는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우리에게 삶에서 적응해야 할 다음 단계가 찾아온 것이다. 내년엔 큰 아이를 더 큰 도시로 내보내야 하고, 작은 아이는 몇 년 후면 군대에 갈 것이다. 우리 품 안에 있던 아이들을 떼어 놓을 생각을 하니 엄마가 더 문제란 것을 알았다. 우리는 이제 떨어져야 하는구나... 그래야 더 잘 사는구나... 품 안에 있을 때 효도를 다 한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다. 친구들은 이제야 아이들을 한창 키우고 있어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아이를 품에 끼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 ㅎㅎ


언젠가 자려고 누웠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 몰래 눈물을 훔치며 잠이 들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들을 품 안에서 내보낼수록 내 엄마 생각이 난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대학에 가면서 그런 행동을 했었나 보다.. 되짚어진다. 기숙사에 들어갈 짐을 싸고 있었는데 엄마가 집에서 만든 딸기잼을 가져가서 먹으라고 했다. 나는 먹을 시간도 없고, 너무 많기도 하고, 그 당시 친구들에게 창피하기도 해서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방학이 되어 집에 갈 짐을 챙기는데 딸기잼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집에 가져가면 실망할 엄마 생각이 나서 통째로 버리고 왔었다. 그때 그 딸기잼은 다시 못 먹을 딸기잼이 되었다. 그때 엄마 마음이 그리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엊그제 혼자서 온천에 가봤다. 그날따라 양 옆에 중년의 딸과 엄마가 나란히 앉아 서로 등을 밀어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그리고 뒷자리에 모녀가 앉은 것이다. 얼마나 부럽던지.. 엄마와 목욕탕에 가면 돈 아깝다며 살이 빨갛게 부어오를 때까지 때를 밀었던 추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어째 갈수록 더 진해지는지. 집에 와서 이야기하니 딸아이가 이모랑 가든지 다음에 같이 갈까 하고 넌지시 말해준다. 그래도 되겠다..!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 볼까..!


아이가 또 집을 나서고, 각자가 새로운 적응을 하고 나면 새로운 추억들이 우리 마음을 채워주겠지. 아이들이 훨훨 날다가 뿌리를 찾아 찾아와 주고, 우리는 또 충전해서 다시 훨훨 날 수 있기를. 너희들의 인생을 마음껏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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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