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by 마흔에 글쓰다


열심히 달렸다. 무엇 때문이지도 모른 채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최근에 알게 된 건 '내가 우울했다는 것'이다. 틈을 주지 않으려다가 번아웃이 와버렸다. 번아웃이란 이런 거였네. 번아웃을 한번 누려봐?


칭찬으로 저절로 움직이던 나였다. 사람들의 리액션이 없으면 나의 가치를 무참히 깎아내렸더랬다. 남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데 혼자서 이 사람 저 사람 참 많이도 신경 쓰며 살았다. 그랬더니 나는 텅 비어져 갔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산 거야.


나는 나를 찾기로 했다. 그 댓가는 참 혹독하다고 느낄 정도로 아팠다. 나를 잃어버린 게 이렇게 아플 일인가. 아 이렇게 아플 일이 맞다. 나를 잃어버렸으니 다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니까.


더 이상 나는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이 사람 저 사람 신경 쓰는 일도 멈추기로 했다. 내 생각보다 더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신 남 걱정에 내 걱정을 넣기로 하자.


노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다니.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날부터 삶이 재미있어진다. 나를 따라다니던 불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누려봐야 단단해지는 거였어.


아, 열심히 살지 말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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