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에게도 연민을 느낄 때가 있다. 하물며 누군가의 예술혼이 들어간 조각상은 더 말해 뭐하겠나.
고대 전쟁터에서, 혹은 왕조시대 사형장에서나 볼 법한 몸이 없는 머리가 유물이라는 이름으로 쓸쓸하게 경주박물관 뜰에 놓여있다. 佛頭, 예술적 가치로 표현하자면 부처님의 頭像이다. 아마도 숭유억불의 기치 아래 조선시대 때 파손되었거나, 욕심을 위해 석탑을 폭파시키기까지 했다던 문화재 도둑들의 소행이었겠지.
안쓰러운 내 마음과 달리, 저 부처님은 거추장스러운 육신을 스스로 버린 거라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다.
도라지, 더덕, 하수오 같은 뿌리들은 뇌두만 큼직하게 잘라 심어도 다시 자라는데... 불두를 그런 뇌두처럼 흙에 묻어보고 싶은 엉뚱한 상상도 잠시 해봤다.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자신을 파괴한 인간들에게 일말의 원망도 없다는 듯 표정이 너무도 자애롭다.
그 옛날 불교의 정착을 위해 순교를 택했던 이차돈, 그의 떨어진 목도 이런 표정을 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