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을 치우다

by 김영빈

석모도 너머로
물 먹은 솜이불 같은 구름을 지고
조그만 고깃배가 털털거리며 가는 것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 봤더니
해명산 꼭대기에 콕
박혀 버리고

층떡처럼 포개진 해무 위에서
피곤한 해가 곯곯거리는데
마시던 커피를 살짝 부어 봤더니
치이익 소리를 내며
작은 섬들 사이로 쏙
빠져 버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후우 불어보니 흩어지는
구름, 그리고
잔잔해진 바다


※2009년 11월 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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