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오므린 손에 잡힌 입김처럼...

by 거울아거울아




부디 마지막이기를,

과거를 짓느라 끼니마저 잊기는.


목소리를 내자마자 사라질 것을

모르는, 희멀건 머리칼을

악착같이 뽑아내고야 말았다.

불쑥불쑥 튀어 나대는 그건

모습이 아닌 목소리.

'나 좀 바라봐줘.'라는 간절함,

객체의 소멸과 망각을 재촉하는 무지다.

어느새 비가 내려 공석을 메운다.

드디어 가을비, 이름하여 '나'.


배고프다, 여전히.

밥을 먹을 때마다 깨물 혀조차 없으매,

마침내 "나는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

아직 뜨지 않은 칠월 하늘의

점성술 같은 것들을 생각"(「미신」)한다.



- 겨울이 아니어도 / 사람이 혼자 사는 집에는 / 밤이 이르고 // 덜 마른 느릅나무의 불길은 / 유난히 푸르다 // 그 불에 솥을 올려 물을 끓인다 // 내 이름을 불러주던 / 당신의 연음 같은 것들도 // 뚝뚝 뜯어 넣는다 (「당신의 연음」)



계절을 당기는 버릇을

나는 사랑한다.


심장으로 겨울을 그린다.

하얗고 쓸쓸한 것들이

거울 속에 있다.

마주 오므린

손에 잡힌 입김처럼.

그러나 곧 저희들끼리만

자유로워질 것들.

눈송이는 뚝뚝

뜯기려고 태어났다.

형제들을 하나둘

떼어내는 동안에도

눈송이는 그대로 눈송이.

외로움이 대못처럼 천장에 걸린다.



- 눈이 작은 일도 / 눈물이 많은 일도 / 자랑이 되지 않는다 // 하지만 작은 눈에서 /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 좋지 않은 세상에서 /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 땅이 집을 잃어가고 /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 아득하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슬픔 말고는 나를 표현할 길이 없다.

詩도 그렇고.

내 눈에 세상은 아름답지 못한 슬픔.

땅은 많되 제대로 된 집은 없고,

사람도 많은데 유독 나만 없다.

유령 같은 나는

사지 없는 토르소,

슬픔만 덩그러니 남았다.


묵직한 것이 운다.

울어젖힌다.

미처 눈물이 되지 못해

슬픈 것이다.



- 지는 해를 따라서 돌아가던 중에는 그대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대도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그대가 아프지 않았다 (「용산 가는 길」 청파동 1)



가급적 피하고 싶은 그리움.

연락이 닿지 않는

연락선에 탄 심정이랄까.

설령 새가 된데도

가닿지 못하는 것들을

꿈처럼 안고 사는 우리.


문학은 그를

아름다운 비극이라 말하고,

나는 그저 아플 뿐.



-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인간의 삶에

지극히 무심한 시간을 본다.


뒤범벅된 감정도

생계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니

그 모든 걸 견디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것일까.


짓궂은 삶과 관계 속에서도

최후의 승자는 언제나

모든 글의 만남이어야 한다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 리뷰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