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영화 <오만과 편견 >
아주 가끔 어느 한산한 북카페에 마주 앉아 책을 읽거나 낯선 타인으로부터 스케치당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그려진 내 모습에서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는 반가움과 설렘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겠다. 수다보다는 침묵 속에서 곧 친구가 될 것만 같은, 그런 막연한 예감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필히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리도록 조용한 곳이어야 하는 이유다.
그늘을 살거나 뒷모습이 풍부한 사람이 좋다. 그렇게 창조한 타인의 이미지를 사랑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시간이 지나더라도 전혀 후회스럽지 않은, 일련의 그 모든 과정을 즐긴다고 할까.
나는 우정에 대해서도 환상을 품고 있다. 이는 말하자면 겁쟁이의 다른 이름이다. 다가가기 힘든 여러 구실과 변명을 획책하는. 그것이 친구를 만드는 일보다 쉬우니까. 일방적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물끄러미 바라보아도 뭐라 하지 않는 것들을 친구 삼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일 거다.
사랑이 우정으로 변질되다가 어느 순간 타인으로 전락하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를 나는 적지 않게 보아 왔다. 경치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차를 마시며 공유하는 시간을 사랑으로 채우는 사람들과 이미 채워졌던 사랑을 다시 덜어내고 비워내는 사람들...
자연은 그 누구에게건 친구가 되어준다. 따듯한 위로는 물론 거듭 용기를 준다. 그래서 자연의 저 뻔한 위로가 숨은 긍정을 자극해 준다는 사실이 늘 고맙다. 그늘을 살거나 뒷모습이 풍부한 것 이상을 베풀어주는 자연이, 나는 하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