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데라 이 사람아, 들어보게나
쿤데라 이 사람아, 이번엔 배꼽이네
순간 옴파로스가 떠오르더군
인간의 중심 배꼽
세상의 중심 옴파로스
인간과 세상의 중심은 뭔가
자연?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 하는 말일세
자네가 데려온 알랭이라는 자 말일세
프랑스에선 흔한 이름일 수 있겠네만
묘하게 알랭 드 보통이 생각나더군
동거 중인 [불안] 말일세
그와 동시에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를
추억하게 됐지
출생 전까진 배꼽도
가장 어둡지 않은가?
지금부터 배꼽에 대한
장광설을 늘어놓을 참이네
그전에 "아가씨들이 남자를 유혹하는
힘"이 살짝 걸리긴 하더군
뭐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도 있는 법이지
그 얘긴 이쯤 해두세
어쨌든 배꼽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주었으니
고마워하지 않을까? 아가씨들은
그 배꼽들의 은인인 셈이지
자네 배꼽은 무탈한가?
삼천포로 빠졌네그려
하던 얘기 마저하겠네
다른 사람의 배꼽을 뚫어지게
봤다간 최소 하루 이상
철창과 친구할 수 있네
그러니 내 배꼽이나 볼 수밖에
단도직입적으로 참 예쁘다네
내 배꼽 말일세
)(, 이렇게 생겼더군
이건 뭔가 잘록한 허리나
귀엽게 살집 좀 있는 볼무덤,
연인의 얼굴이 닿기 전 모습 같지 않은가
원랜 공백 없이 닿아야 하는 건데,
그런 기호를 찾을 수 없었다네
닿았더라면 곡선 ×나
마주친 주먹 얘길 하려고 했었지
×(엑스) 값을 찾기 위한
배꼽의 여정 말일세
내친김에 배꼽의 종류도 찾아봤네
참외 배꼽, 들어간 배꼽, 나온 배꼽,
위에 중간쯤 되는 어중간한
배꼽이 나오는구만
참, 별놈의 배꼽이 다 있더군
내게 배꼽은 말이지
사랑스러웠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울 배꼽뿐이네
태생적으로 배꼽은 결핍이라곤
없었던 거지. 그저 지가 위치한 곳에서
끊임없이 사색하거든
목적이나 지향이 없단 말일세
그러고 보면
놀라운 현자賢者야, 배꼽은
우리 신체가 다 그렇지 않은가
바로 그 지점이 그들이 자신들을
가진 존재로부터 사랑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거지
그러니 가슴, 허리, 허벅지 등도
같은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네
그러게 자네는 왜 하필 배꼽 얘길
꺼내서 날 이 모양으로 만들었나
슬슬 졸리다고?
자넨 이 마당에 잠이 오나?
어쩌겠나, 그럼 자게
난 자네의 『무의미의 축제』랑 며칠 더
더부살이할 작정이네
다음엔 시답잖은 말 말고
좀 더 솔깃한 이야길 준비해 보겠네
이불 차내지 말고
자고로 배가 따듯해야지
감기를 달고 산다기에 한 말이네
< 추신 >
[농담], [향수], [불멸], [웃음과
망각의 책], [생은 다른 곳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이 실은
모두 [무의미의 축제]라는
사실을 감잡았네.
향수칠을 한 배꼽이
웃음과 망각의 책을 읽고
농담처럼 불멸하는 자신의 생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인식하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다 문득 이 모든 게
무의미한 축제임을 깨달았네
어떤가?
자네, 혹 이러고 있진 않나?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하고 있고만
단상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