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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blue May 20. 2022

스펙트럼

나와 당신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은 연속된 스펙트럼이다. 태어난 후로 인간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달려가며 다양한 사건과 관계 속에서 각각의 기록을 갖는다. 간혹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입기도 하면서.


생의 스펙트럼들은 때로는 서로 겹쳐지는 지점이 생기기도 한다. 85년생의 스펙트럼 안에는 79년생과 함께 겪은 사건이 새겨져있기도 하고 2000년생의 기록 안에도 89년생이 겪은 트라우마가 존재하기도 한다. 5.18을, 금융위기를, 세월호를 지나며 생겨난 스펙트럼들은 각각 개체에 유사한 상흔을 남긴다.


그러나 개체만의 내적 특성과 외부의 사건이 결합해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은 복제되지 않는 고유의 색을 만들어낸다. 모든 스펙트럼은 각각 개인의 것이라는 점에서 폐쇄적이며 결코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고유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쩌면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저 사람의 말을, 생각을, 사상을,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린 전혀 다른 시공간에 살고 있어서가 아닐까.


몸은 현재에 있지만 그 현재가 모두에게 같은 의미는 아닌 게 아닐까. 당신과 나의 스펙트럼이 전혀 겹쳐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를 여행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의 스펙트럼 안에 새겨진 흔적들을 탐험하는 지난한 작업이 아닐까하는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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