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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리매트릭스 Jun 16. 2024

공황장애 이해하기

4. 제대로 겪어내기 위한 준비


좋아졌다가도 나빠지고 뭔가 깨달은 것 같다가도 다시 구렁텅이에 처박히고 이겨낸 것 같은 순간은 찰나에 지나가고 금세 또 다른 벽을 만나기도 다.


-공황장애를 겪어내면서-




이 병에 대해 잘 몰랐던 초창기 1~2단계에 오랜 시간 머물렀을 때 나는 내가 병을 꽤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라? 나 멘털 좀 강한 듯? 이렇게 조절을 하며 사는 건가? 하는 오만함이 든 것이다.


요행을 바라던 나.(직면이 두려워 회피중)

이후 재발을 반복하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지면서 이 병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24시간을 루틴을 만들어 보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에 대한 좌절이었다.


처음 느껴본 좌절감은 너무나 썼다. 오랜 시간 힘든 루틴을 유지하며 몇 달을 보냄에도 또다시 두려움이 엄습해 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전까지의 삶에서 단 한 번도 좌절할 만큼의 노력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힘든 책임을 감당할 일을 최대한 회피하며 할 수 있는 만큼만 시도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었. 아무것도 감당하지 않으면서 책임감이 강한 것처럼 착각하며 그것이 대단한 것인 것 마냥 살아왔던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오만(열렬히 회피중)


그렇게 실패의 면역이 없던 나는 갖은 노력이 성과 없이 좌절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습관을 들였다.(지금도 진행 중이다.)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중 가장 중요했던 건 시간은 계속 흐른다는 것과 고통은 영원하지 않으며 증상은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돈이 필요하면 힘들지만 일을 해야 한다.(직면)


내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깨달은 사고의 과정이 있다. 병원에서 또는 인지교육 관련 도서나 강의에서도 많이 해주시는 말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머리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이것을 깨우쳤다는 것이다. 


이 불안공식의 초반에도 썼지만 안다는 것은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듣고 이해했다고 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그것에 당연히 반응해야 하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습관이다.


회피도 습관이다. 돈이 필요한 공황이는 현재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순간의 증상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막힌 방법 같은 것은 애초에 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이고  선택 이후의 나의 상태를 결정한다. 힘든 시간을 인지오류 없이 잘 보낼록 증상은 더 이상 확장되지 않으며 짧게 끝난다. 그리고 이후 불안의 임계점 또한 낮출 수 있다. 나는 힘들 때마다 이전에 사유하며 깨닫게 된 것들을 되뇌며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있 되었고 그것은 습관화되었다.


이후에 더 자세히 나오겠지만 혹시 필요하신 분들이 계실까 봐 3단계에서 인지오류 없이 했던 나의 사고습관을 공개해 본다.


1. 인정

어떤 상황이든 나는 환우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발단이 무엇이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그 시간은 지나갔으며 나는 이후의 시간을 위해 이 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환우라는 것과 증상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2. 자책금지

1에서 말했듯 그 어떤 인과도 덧붙이지 말자 나는 어떤 특별한 것 때문에 증상이  것이 아니며, 특별한 것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3. 이유를 찾지 않기

증상의 시발점은 알 수 없으며 안다고 한들 그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어느 순간 인지오류를 겪고 수많은 0.5의 오류들을 반복하며 지금 이 순간에 이르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야 하는 그 이유란 결국 0.5초의 반복 중에 생산되는 인지오류이지 흔히 말하는 원인 따위가 아니다.


4-1. 몸의 변화 알아차리기

현재 느끼고 있는 몸의 증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결국 이 느낌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고 팔에 힘이 빠지고 열감이 느껴지는 것뿐이다. 그것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나의 실체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


4-2. 정서의 변화 알아차리기

0.5초 인지오류의 반복에서 내가 저지른 잘못된 판단의 확장은 결국 이 순간이 계속

속될 것 같은 착각 이상의 공포(공황발작)에 사로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 시간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을 미리 걱정하는 강렬한 초조함이다. 결국 내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실체가 없는 불안이나 공포라는 정서 대한 것이지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5. 거부감을 거부하기

어떤 느낌이든지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려고 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거부감을 알아차리는 것이 그 시작이 된다. 거부감을 버리고 증상을 받아 드리자. 이것보다 빠르게 증상에서 벗어나는 그 이상의 방법은 없다.

오랜 반복숙달이 필요하지만 나의 경우 비상약보다 이것이 훨씬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비상약이 퍼지기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리고 그때는 이미 증상이 끝나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6.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내가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것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다. 일을 하던 중이었다면 일을 하고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면 설거지를 하면 된다. 커다란 불안이 올라올 때 무언가 특별한 루틴을 만들지 말자. 그것은 결국 그 루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더 큰 불안 선물한다.(ex. 증상시마다 움직이는 루틴을 만들었다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외에는 갈 수 없다.)


7.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99%의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도하고 또 시도하자.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나는 성공의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지금의 내가 다른 선택을 하고 그것을 반복한다면 결국 습관이 된다.


힘들때는 증상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그 시간을 초연히 보내는 것 만이 최고의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아직 오지 않은 나의 시간들을 지난 시간들처럼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의미 없는 걱정(... 할까 봐)은 긴장과 불안을 부른다. 불안이 없는 공황은 없다. 공황 없는 공황발작은 없다. 걱정을 할수록 증상이 커진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애초에 나는 왜 끊임없이 걱정을 했을까? 나는 결국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의 내가 예측하고 판단할 것을 믿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나는 제대로 문제를 직면하고 이겨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건 때마다 판단하던 공식들의 대다수가 회피였으므로 나는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힘든 길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경험과 걱정근심 말고 행복과 희망을 꿈꾸는 삶을 살아내야만 한다. 새로운 공식들로 이전의 공식들을 덮어쓰기 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공황이가 없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덮어쓰기 할수 있다.


해야할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나는 그걸 선택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여전히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던 공식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며 바꾸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황장애는 깊어 졌다. 문제를 회피할수록 그 문제는 훗날 훨씬 더 업그레이든 된 모습으로 내 앞을 가록막았고 그 결과로 나의 뇌는 나를 신뢰할수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은 곧 나의 예측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되게 하였고 그것이 바로 걱정의 탄생이며 불안의 시초였던 것이다.


뇌는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긍정적인 경험을 계속 쌓아 내가 힘들때마다 꺼내어 쓸 공식들을 온통 희망으로 덮어쓰기 해 놓아야 한다. 희망으로 쌓일 그 과거는 곧 지금이다. 현재의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공황이의 여유는 요행 따위가 아니다. 과정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10년 전 나 역시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쉽고 편하게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 버렸다. 설령 그런 방법을 누군가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없다. 내가 걸어가야 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증상으로 당장의 몸은 힘들지언정 내 마음의 고통은 확연히 줄어들게 되고, 그것은 또 몸의 증상이 줄어드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제대로 된 0.5초의 순간들을 보내며 불안공식을 서서히 파괴하고 행복한 공식을 그 위에 덮어쓰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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