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불안 공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리매트릭스 Jul 14. 2024

공황장애에 도움이 되었던 루틴들

하루를 잘 보내기



힘든 증상의 순간에는 특별한 루틴을 만들지 않는 것이 정도이지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한 루틴은 필요하다. 나의 매일매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지금도 불안공식을 생성하고 퍼센티지를 높이고 있다. 나의 오늘은 이전에 꺼내 쓰던 회피와 안일함이라는 공식을 희망과 믿음라는 공식으로 덮어쓰기 위한 과정 위에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2~3단계에 놓여 있을 때 내가 하루를 보내던 루틴을 공개해 본다. 이 루틴들은 그 방법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후 디테일한 설명을 할 것이다.


24시간 나의 루틴


1. 아침 기상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잘 잤든 못 잤든 휴식을 취한 나에게  칭찬해 줄 .


2. 출근 전 긍정확언

오늘 하루 내가 가져야 할 마음 가짐에 대해 적는다.

또는 적어둔 것을 읽는다.


3. 출근 전 시각화 명상

출근 직전 소파에 앉아 5분 정도 시각화 명상을 한다.

두려워하는 지하철을 태연히 타고 미소 짓는 얼굴로 출근을 하며 즐겁게 일하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필자는 지하철이 공포의 공간이었다.


4. 출근 시 지하철 직면

지하철을 타면 힘이 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탔다.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탔고 죽어도 타기 힘들 때는 한두 정거장 걸어가서라도 탔다. 인지교육 관련 도서를 읽거나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움직임이나 글쓰기는 불안을 어느 정도 가라앉혀준다.


5. 직면하다 증상이 오면

몸의 이완과 느린 호흡 그리고 스스로에게 객관적인 질문과 인지오류 없는 답을 한다. 이것 이외에 특별한 행위 같은 루틴은 지양한다.

증상의 순간에 인지오류를 바로잡는 이 루틴은 필수로 필요하다. 앞선 글들은 모두 이 부분을 위한 것이다.

이 루틴을 회피한다면 두려움은 넘어설 수 없다.


6. 회피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

움직이는 게 좋다. 하지만 회피 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다급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유지하며 여유로운 몸짓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머릿속은 회피했어도 신체만큼은 다급하지 않다는 것을 뇌에 보여주어야 한다. 뇌는 어느 정도 속는다.

또는 4번 5번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움직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하는 것이다.


7. 자책금지

직면을 실패해도 절대 자책하지 않는다. 증상의 순간 본능을 따랐던 나는 매우 당연한 판단과 선택을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직면은 쉬운 일이 아니다.


8. 마중물 요법

마중물 요법내가 다니던 병원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였다.

긍정확언의 일환으로 내가 일상에서 하는 기본적인 행위(집안일과 먹고 자고 싸고 심지어 숨 쉬는 것까지)에 대해 언급하 스스로 칭찬해 주는 것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거의 버릇처럼 되뇌었다. 내가 특별히 노력하는 행위에 대한 칭찬이 아닌 기본적인 욕구와 해야 할 일에 대한 것이 포인트이다.


9. 운동

나는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진 않았다. 웬만한 계단은 도보로 다니고 대중교통 이용 시 한두 정거장 미리 내리거나 하는 방법으로 움직일 일을 계속 만들어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거의 몸을 뉘거나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만약 충분치 않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벌충으로 집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걸으면서 바디스캐닝 명상이나 마중물 또는 인지교육 관련 도서나 강의를 듣기도 했다.


10. 저녁 식사 후 체조

인터넷에서 불안에 좋다고 하는 체조를 찾아서 매일밤 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자 넣게 된 루틴이었다. 빼먹었다면 다음날 아침에 벌충을 했다.


11. 일기 쓰기

잠자리에 들기 전 항상 그날의 증상 기록과 함께 감사일기를 썼다. 감사는 나와 내 주변 사람까지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키가 된다.


12. 긍정확언 쓰기

사실 그대로 내가 인지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쓰면 된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바람 같은 문구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상이 심할 때의 긍정확언은 반감과 저항이 들어 나를 힘들게 한다. 내가 썼던 문구 중 하나는


'모든 증상은 나의 불안공식들의 반복을 위험으로 인지한 뇌가 나에게 보내는 신호이며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다. 나는 위험하지 않으며 안전하다.'


였다.


13. 명상

잠들기 전 20분씩 명상을 했다.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움직임에도 의식을 내 몸에 집중하려 애썼다.(명상의 일종)


14. 수면 루틴

잠들기 직전에 하는 생각들은 잠들고 난 뒤에도 계속 뇌에서 반복된다고 한다.

나는 불안과는 상관없이 편안하고 인자한 미소를 띠며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가족들과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거나 후배들을 양성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 


잠이 오지 않는 날도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하루의 루틴에 뭔가 대단한 것을 넣지는 않았다. 아니 대단한 것은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픽했다. 그때의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루틴을 짯었기 때문이다. 거의 2년 가까이를 저렇게 보냈는데 처음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에 지치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생기면서 루틴들이 전혀 힘들지 않게 되었다.


 특히 루틴 중 나의 머릿속 사고에 가장 영향을 주었던 은 명상과 마중물이었다. 명상은 내 의식을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트레이닝이었고 마중물은 그에 더하여 긍정확언을 심어주며 나의 사소한 행위에 의미부여를 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내 의식을 과거(자책)나 미래(걱정)가 아닌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해야만 한다. 그것이 이병의 핵심이기도 하다.


루틴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핵심요소


1. 의식을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것(후회와 걱정을 하지 않는 습관)

2. 인지오류를 바로잡는 사고와 행위(뇌의 작동 원리와 인지심리에 대한 공부와 실천)

3. 몸을 움직일 (운동과 그 외)

4. 1~3의 습관화(자기애와 스스로에 대한 믿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의 글은 루틴들의 자세한 설명과 왜 이것을 행해야 하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련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황장애 이해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