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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Jun 15. 2021

동생이 데뷔했다

코로나 시국에 소속사 없이 데뷔하기

싱어송라이터 모리(MORI)


 코로나 시국에 소속사 없이 데뷔를 한 가수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모리(MORI). 한자로 빽빽할 삼(森)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지었는데, 숲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의미란다. 구체적으로는 '어린 아이의 키보다 작은 나무부터, 비를 막아줄만큼 커다랗고 넓은 나무까지. 여러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울창한 숲을 만들듯 사람들의 마음을 한 데 모으는 숲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 첫 음원 'EYES ON ME'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morihyde/eyes-on-me-1


 인디 싱어송라이터에게 데뷔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첫 음원을 내는 것'이었다. 전문적인 프로듀싱이나 좋은 장비, 녹음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첫 싱어송라이팅을 해냈다. (아마 함께 음악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은 듯 하다.) 학창시절 가수가 되고싶다던 동생을 나무랐던 과거가 무색해질만큼, 작사 작곡부터 음원 유통 계약까지 혼자서 척척 해낸 것이다. 당시 동생은 22살.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특하다는 감정을 느껴본 것 같다.




 원래 동생은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어 학원 갈 돈으로 멋대로 음악 학원을 등록했단다. 성적이 꽤나 우수했던 터라 아빠는 동생이 가수의 길을 걷기를 원치 않으셨고, 그러다보니 동생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보고, 그렇게 주도적으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소속사에 들어가니 매일 같이 춤, 노래 연습을 하고, 외국어 교육도 시켜줬다고 한다. 그런건 다 즐겁고 좋았는데, 딱 한가지. 다이어트가 가장 고역이었다고 한다. 소속사에서 160cm 정도 되는 키에 40kg 대 초반의 몸무게를 요구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거의 음식을 먹지 않고 물만 먹고 살아야 하는 수준이었다. 한창 성장기에 몸은 몸대로 쓰면서 먹지 않아야 한다니. 동생이 겪었을 고통을 상상도 할 수 없다. 혹독한 다이어트의 과정을 지켜보는 나까지도 괴로웠는데, 동생이 점점 예민해지고, 거식증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동생이 엉엉 울 정도로 괴로워한 적도 있었다. 그 때 동생의 나이는 고등학교 3학년. 곧 스무 살인데 미뤄지는 데뷔와 살인적인 다이어트에 스트레스를 받을 대로 받은 동생은, 결국 소속사를 나와 대학교에 진학하는 길을 택했다.


싱어송라이터 모리(MORI)


 대학생이  동생은 훨씬 행복해보였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동생은 점차 빛났다. 동생의 공연을   보러간  있는데, 예전에 아이돌 연습생을 하며 표정 연습 하고  췄던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무대에서는 훨씬 프로스러웠다. 그리고 예전엔 정말 걸그룹 같은 목소리였다면, 이제는 창법도 훨씬 아티스트적으로 변했다. 다양한 기교를 익히고, 몸의 여러 곳에서 소리를   있게 됐다. 아래는 동생의 유튜브다.


* 모리(MORI) 유튜브 채널 : https://youtube.com/channel/UC3nr3xD3shj-dHoaxS2hEvA ​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라는 위기가 닥쳤던 2020년, 공연길이 막히자 자신의 목소리를 온라인에서라도 더 널리 알리고 싶었던 동생은 7월에 첫 음원 'Eyes on me'를 내며 데뷔 했다. 원래는 내 생일인 7월 27일에 맞춰 발매하고 싶었다는데, 유통사 일정상 더 앞당겨진 7월 16일에 발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노래에 'Galaxy'라는 단어가 반복돼서 개인적으로 삼성 갤럭시 광고에 쓰이면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눈부신 별들을 거리에 모아
함께 걸어가 볼까 It's like a galaxy
눈부신 조명이 거리를 비추는
이 밤 끝나지 않아 We make a galaxy

- Eyes on me, 모리(MORI)


 이어서 9월에는 래퍼 PULLIK (박준호) 와 함께 'Ctrl+C'라는 노래를 냈다. PULLIK은 고등래퍼2에 나와 꽤나 유명세가 있는 래퍼였는데, 동생과의 친분으로 작업을 함께 하게 됐다고 한다. (랩에서 싸비로 이어지는 부분이 정말 듣기 좋다. 음원 사이트에서 꼭 한번 들어보시라.)


하루 종일 내 시간 안에 있어
다시 돌아가더라도 내 대답은 똑같아
요즘에는 나의 매일 That's love
향이 배네 그대로 네게 I be like

너의 바닷속에 나 깊이 잠겨있어
이대로도 좋아 영원히
널 꼭 안고 싶어
숨도 못 쉴 만큼
너와 함께 있는 시간
이대로 멈췄으면 해

- Ctrl+C(feat.PULLIK 박준호), 모리(MORI)


 이렇게 혼자서 음원도 내고 콜라보도 하는 동생인데도, 내가 동생의 A&R 역할을 하게 된 건 2020년 12월부터였다. 바로, 첫 EP앨범 <COSMOS>를 내게 된 것이다. 이제까지 낸 싱글 앨범들은 솔직히 공개만 하고 끝이었는데, 무려 자작곡으로 5곡이나 포함된 이번 EP앨범은 그렇게 바람처럼 지나가선 안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코로나 때문에 공연도 못하는데 음반이라도 내야 가수 모리(MORI)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다.


A&R이란?

작게는 음반 기획자, 넓게는 아티스트의 발굴, 계약, 육성과 그 아티스트에 맞는 악곡의 발굴, 계약, 제작을 담당한다.


EP앨범이란?

최대 6곡의 음원이 들어간 앨범으로 미니앨범 (Mini Album)이라고도 불린다.


 나름 직업이 기획자라고, 바로 음반 발매를 위한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사실, 요새 직장인들 사이에 열풍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것에 목말라 있던 터라 이런 동생의 EP앨범 발매 소식이 나의 노동 욕구를 건드린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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