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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Jun 19. 2021

인디 아티스트가 텀블벅 펀딩을 하는 법(1)

단 일주일만에 펀딩을 연 이야기


지난 줄거리 (이동: 동생이 데뷔했다)
 1. 코로나 시국에 싱어송라이터 동생이 데뷔를 했다.
 2. 소속사도 없고 공연도 없어서 음반 발매를 통해 가수 모리(MORI)를 알리기로 했다


 개인이 음반을 발매하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노래를 녹음하고, 마스터링 작업을 거치고, 저작권 협회 가수 등록부터 이 음원을 유통해줄 유통사를 찾아 계약까지 해야 우리가 흔히 아는 멜론, 벅스, 유튜브 뮤직 등의 음원 사이트에 노래가 올라가게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최소 80만원은 드는데, 실물 음반을 내려면 아주 기본형 (쥬얼케이스 + 앨범자켓) 으로 만들어도 최소 제작 수량 200장 기준 제작비 50만원은 깔고 들어가야 한다. 물론, 디자인은 별도다. 다행히 내 동생은 이미 마스터링을 마친 음원 파일을 갖고 있었고, 저작권 협회 등록부터 유통사 계약, 음원 사이트 등록까지 알아서 척척 해놨기 때문에 아예 무(無)에서 시작하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50만원을 들여 음반을 만들면, 어디서 어떻게 팔지?"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왕 만드는 첫 앨범을 최소 사양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고민에 대해 우리는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크라우드 펀딩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런칭과 동시에 홍보 효과가 있어야 했다. 둘째,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아야 했다. 셋째, 음반뿐만 아니라 굿즈도 함께 만들고 싶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면 이 세 가지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음반 발매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한 우리는 또 다시 와디즈와 텀블벅이라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다. 와디즈는 숱한 스타트업들이 있는 만큼 왠지 더 큰 금액이 모일 것 같았고, 텀블벅은 아티스트 펀딩에 특화되어있어 우리를 더 상위 노출시켜줄 것 같았다. 결국, 우리는 타 아티스트들의 레퍼런스가 훨씬 많은 텀블벅에서 MORI의 첫 EP앨범, <COSMOS> 제작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 텀블벅 헬프센터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기 시작한 날짜는 12월 18일. 그리고 목표 펀딩 개시일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앨범의 다섯번째 트랙이 'FROM.CHRISTMAS'라는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 이 빡센 스케줄 안에 리워드 구상과 목표 금액 설정, 상세페이지 업로드를 완료할 뿐만 아니라 펀딩 심사까지 받아야 했다.


 다른 건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텐데, 문제는 펀딩 심사였다. 펀딩 심사는 보통 2 영업일 이내 완료되지만, 첫 펀딩은 4~7일이 소요된다고 적혀있었다. 첫 펀딩을 진행하는 우리는 자칫 심사에만 7일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 걱정스러운 마음에 메일로 문의를 남겼다. 그리고 "우선 심사를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안도했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다시 펀딩을 하게 된다면, 꼭 스케줄에 여유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일반적인 펀딩이라면 사전 홍보 기간 및 프로젝트 공개 예정 탭 노출 기간 등을 고려하여 한 달 내지 2주 전에 펀딩 준비를 마친다고 한다. 허나 우리가 진행하려는 스케줄은 스스로 진행하기에도 미친 수준이었을 뿐더러, 텀블벅이 제공하는 많은 홍보 기회들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도 스케줄에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텀블벅의 A~Z까지, 창작자 가이드 링크 : https://creator.tumblbug.com/?v=1 )


 

출처 : 텀블벅 '싱어송라이터 MORI의 1st EP <COSMOS> 릴리즈'

 

 텀블벅의 도움 덕에, 우리의 펀딩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무사히 런칭됐다. 이를 위해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먼저, 리워드 구상 및 업체 견적을 하루만에 마쳤고, 페이지 및 앨범 디자인 완성을 단 이틀만에 마쳤다. (이 페이지를 빌어, 함께 펀딩을 준비해준 영원한 내 마음 속 1위 디자이너, 혁률오빠에게 백번 절을 올리고 싶다.) 그리고 기타 상품 정보 고시 및 인증서류, 상세 페이지 필수 기재 내용 등에 대해서는 텀블벅 담당자와 지속적인 메일을 주고 받았다. (다시 이 페이지를 빌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준 지영이에게 무한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텀블벅이 창작자를 진심으로 지원한다고 느꼈다. 레퍼런스 링크부터 리워드에 대한 조언까지, 보다 나은 펀딩을 위해 함께 고민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그러니 누군가 문의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용기 내어 메일을 보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우리가 앨범 펀딩을 준비하며 담당자 분과 나눈 메일의 일부다. 혹시 앨범 펀딩에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해보자.



 피드백을 거치며, 펀딩 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다. 첫째로, 굿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다. 아무래도 펀딩이 미리 후원자들에게 돈을 받는 선 모금 후 제작 방식이기 때문에, 그 사이 괴리가 최소화되도록 후원자들이 전달받을 굿즈의 정보가 사이즈부터 재질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음반을 펀딩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후원자가 받을 리워드가 CD인지 USB인지 LP인지 모른다면? 다이어리를 펀딩하겠다고 했는데,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인지 문제집만한 사이즈인지 모른다면? 사실 이 정도면 텀블벅이 심사에서 탈락시키겠지만, 설령 통과됐다 하더라도 후원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상품을 모르는데 구매가 주저될 것이다.


 둘째로, 단계별 리워드 구성이다. 1만 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 ... 이렇게 순차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다양한 니즈를 가진 후원자를 맞이하기에 효율적이지, 3만 원 다음에 바로 30만 원. 이렇게 리워드가 구성되면 그 중간 단계의 금액대까지 지불할 후원자 또한 놓치게 된다. 우리는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하느라 미처 이 부분을 보완하지 못했지만, 추후 앨범 펀딩을 또 하게 된다면 아티스트의 작업기나 미공개 음원의 가사집 등을 함께 리워드에 추가해 중간대 금액의 리워드를 마련하고 싶다.


셋째로, 창작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근거들이다.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이전의 발매 음원과 유투브 링크, SNS 등이 리워드의 퀄리티를 짐작케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매력적인 이미지의 앨범 펀딩이 진행되어도 정작 중요한 음악이 어떨지 모른다면, 이 아티스트의 목소리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가치있을지 후원자가 짐작할 수 없다면 성공적인 펀딩으로 이어질 수 없다. 또한, 텀블벅 펀딩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후원자들에게 노출되는 기회를 얻는 것이기도 하니, 무명 아티스트라면 자신을 최대한 각인시킬 수 있는 소개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쓴 소개글이 궁금하다면 : https://tumblbug.com/moricosmos )

 마지막으로, 단계별로 텀블벅 진행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우리의 발자취를 정리해봤다. 이렇게 별도의 행사나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최소한으로만 진행해도 일정이 빡빡하니, 적어도 기간을 5개월은 생각하고 텀블벅에 도전해보자.


앞으로는 [1단계 : 펀딩 준비] 이후의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실제 어떤 홍보를 집행했고, 음반 제작 업체 컨택 및 대량 배송 등은 어떻게 진행했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기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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