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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브메 Jun 20. 2021

인디 아티스트가 텀블벅 펀딩을 하는 법(2)

앨범, 다이어리 및 굿즈 제작 이렇게만 하자


지난 줄거리 (이동: 인디 아티스트가 텀블벅 펀딩을 하는 법(1))
1. 단 일주일만에 텀블벅 펀딩을 열었다.
2. 그 우여곡절 과정을 소개하겠다.


1) 업체 컨택 및 리워드 제작

 사진처럼, MORI 1st EP앨범 <COSMOS> 펀딩의 리워드는 앨범, 다이어리, 엽서, 스티커, 포스터였다. 지금부터 순서대로 각 리워드를 어렵게 제작해낸 후기를 기록하겠다. 먼저, 가장 중요한 앨범부터 살펴보자.




1. 앨범

 구글링을 통해서만 봐도 CD앨범 제작 업체는 널렸다. 그러나 중요하게 여겨봐야할 것은, 업체가 친절하게 제작 가이드를 제공하고 / 문의에 대한 답변이 즉각적이며 / 품질에 대한 안심이 드는가 이다. (비용은 어느 업체든 비슷한 수준이나, 최소 2~3곳은 견적을 받고 비교해보자.) 우리는 이러한 기준 하에 두 가지 업체를 추렸다. 바로 오름CD보다아트미디어다.


 두 군데 모두 CD 제작부터 앨범 싸바리 작업까지 함께 하는 곳이었고, 제작 가이드 ai, psd 파일을 손쉽게 제공하며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우리는 오름CD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CD디자인과 일치하는 레퍼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 사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가면 이제껏 해당 업체가 제작한 작업물을 공개해둔 탭이 있는데, 해당 탭을 참고하여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레퍼런스를 찾고, 업체에 이와 유사하게 만들어달라고 하면 CD앨범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것 같다.


 또 한가지 팁이 있다면, CD 제작 최소 수량은 200장이나 500장 이상 주문 시에는 1장 당 단가도 훨씬 낮아질 뿐더러 옵셋이 아닌 프레싱 기법으로 앨범이 제작된다. 옵셋은 한 장 한 장 굽는 반면 프레싱은 대량 제작이 가능하니 불량이 나올 확률도 적어지고 퀄리티 또한 좋다. 따라서, 여력이 된다면 500장 이상 주문하여 프레싱 기법으로 CD 제작하는 것이 낫다.


 200장 기준, 디자인을 넘기고 배송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일주일이다. 우리는 개별 사인이 필요해 랩핑 작업은 의뢰하지 않았지만, 보통 추가 비용을 내고 랩핑 작업까지 마치는 게 기본이다. 덕분에 우리는 사인을 한 뒤 하나 하나 다시 OPP봉투에 포장하는 작업을 거쳤다. (개별 사인을 고려하고 있다면 해당 옵션이 펀딩에서 필수적인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앨범은 디자인을 픽스하는 데까지가 오래 걸리지, 실제 제작하여 받아보는 것은 쉬운 편이었던 것 같다.




2. 다이어리

 우리가 가장 많이 애를 먹은 리워드가 다이어리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다이어리가 양장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일반 노트형이기만 했어도 단가도 훨씬 내려가고 제작도 빨랐을텐데, 양장본 다이어리가 이렇게 만들기 힘든 건 줄 모르고 덜컥 목업 (mock-up) 을 만들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아래는 우리가 상세페이지에 올렸던 사진이다.


처음 색상은 연두색에 가까웠지만 추후 앨범 디자인이 청록색으로 바뀌며 다이어리 포인트 컬러 또한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다이어리 때문에 최종적으로 적자가 났다. 이유는 양장본 다이어리의 제작 단가를 정확히 알아보지 않아서였다. 짧은 시간 안에 펀딩을 여느라 CD앨범처럼 업체와 사전 컨택하지 못하고 블로그, 지식IN 등에 검색하여 대충 다이어리 제작 단가가 이정도 되는구나, 지레짐작했을 뿐이다. 우리는 양장본 다이어리는 소량 제작하는 업체가 거의 없으며, 소량 제작을 하면 할수록 단가가 많게는 5배까지 비싸진다는 것을 몰랐다. 


 펀딩을 마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아버린 우리는 망연자실하며 사양을 바꿔야 하나 수십번 고민했다. 양장본 다이어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금한 다이어리 단가보다 2배가 넘는 제작비용이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50권 남짓한 수량의 양장본 다이어리를 제작해주는 곳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었다. (가끔 일부 업체가 있긴 했어도 색상 제한 등이 있어 우리의 디자인에 맞게 제작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적자를 보더라도 후원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후원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며칠 째 인터넷 서칭을 하던 중, 아래와 같은 와디즈 펀딩을 발견했다.


출처 : 와디즈 '창작인을 위한 다이어리! 자신만의 컨텐츠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세요'


 바로, 단 한권이라도 양장본 다이어리를 제작해준다는 미북이라는 업체의 펀딩이었다. 이게 바로 크돕크인가? (크라우드 펀딩이 돕는 크라우드 펀딩) 이미 끝난 펀딩이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메일을 썼다. 메일 뿐만 아니라 미북이라는 업체의 사이트도 찾고 전화도 했다. 결국, 이미 끝난 펀딩이지만 동일한 사양과 가격에 50권 제작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렇게 우리의 두번째 리워드, 다이어리 제작 또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엔 50권이 너무 적다며 업체에서도 상당히 난감해했다. 그러나 우리의 텀블벅 링크를 읽어보시고는 선뜻 제작해주겠다고 하셨다. 너무나 소량 제작인지라 샘플도 원래는 안 보내주는데 거듭 사정하자 보내주셨으며, 가름끈, 주머니, 내지 색상 작업 등이 완료될 때마다 매번 사진을 보내주셨다. 사이트에 수많은 레퍼런스가 있었기에 퀄리티에 대한 안심도 있었다. 참 고마운 분을 만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손에 쥐게 된 다이어리는 가격만큼이나 고퀄리티였다. 예상한 디자인 그대로였고, 내지 재질 또한 훌륭했다. 한 권 한 권 수제 작업을 거쳐 만들어져 왠지 모를 정성스러움도 느껴졌다. 해당 업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환불 사태가 일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나름 해피엔딩이지만, 그럼에도 추후 알게된 미스까지 기록해본다. 먼저, 나는 면지 색상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줄 당시에 몰랐다. (면지 : 표지와 내지를 잇는 속지) 사전에 이를 미리 알았다면 면지도 청록색으로 맞출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다이어리는 전체 무지지만 사전에 우리가 기획한 다이어리는 한줄 일기장 형식이었다. 그러나 펀딩 마감 이후 그것이 이미 시중에 나와있었다는 걸 알았고, 자칫 표절 의혹에 휩싸일 수 있을 것 같아 노선을 변경한 것이었다. 만약 시장 조사를 더 철저히 하여우리의 아이디어가 이미 있는 아이디어인 줄 알았다면 다이어리 리워드에 대한 생각을 제고해봤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리워드의 사이즈와 무게가 추후 배송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이어리나 포스터 같은 무겁거나 부피가 큰 리워드는 제작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본래의 취지대로 CD앨범만 제작했으면 배송 단가도 줄고 우체국에서 간편 접수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이것 저것 리워드를 추가하며 부피가 늘자 비싼 배송 단가의 방문 택배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배송 관련 내용은 추후 더 자세히 기록하도록 하겠다.


 



3. 엽서


 엽서, 스티커, 포스터는 가장 만들기 쉽지만 가장 디테일하게 따져봐야 하는 굿즈다. 이 작업을 거치며 나는 왜 셀프로 굿즈를 만들기가 어려운지 백번 이해했다. 디자이너가 아니고서야 RGB와 CMYK의 차이, 실사 사이즈 및 해상도에 대한 이해를 사전에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류성 굿즈를 만들어주는 업체는 많다. 문제는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가격의 차이는 제작자에게 얼마나 친절한 UX/UI를 제공하느냐에서 오는 것 같다. 쉽게 말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등을 다룰 줄 알아 제작에 적합한 파일을 넘길 수 있는 제작자는 보다 낮은 가격에 굿즈를 만들 수 있고, 그런 툴을 하나도 다룰 줄 몰라 업체의 자체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 제작자는 해당 프로그램 사용 비용까지 포함하여 좀 더 비싼 가격에 굿즈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 디자이너가 있어 전자의 케이스에 속했지만 (Thanks to. 권혁률 디자이너) 결과적으로 엽서와 포스터는 싸게, 스티커는 비싸게 만든 축에 속했다. 우선, 굿즈 별로 우리가 사용한 업체는 아래와 같다.


- 엽서, 포스터 : 가이드에 맞춘 단순 파일 업로드 (후니프린팅)

- 스티커 : 도무송 및 퀄리티의 문제로 업체 프로그램 사용 (스냅스)


4. 포스터

 엽서와 포스터의 경우에는 가이드에 맞춘 단순 이미지 보정 및 텍스트 입력 작업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스티커의 경우에는 제작 파일만 넘기기에는 칼선 작업부터 인쇄 형식까지 고려할 게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스티커는 기존에 자주 이용해 어느정도 품질에 대한 믿음이 있던 스냅스를 이용했다. (이 곳 제작 프로그램이 매우 쉬운 편이라, 혹여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만일 업체의 자체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해상도를 신경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 300 dpi로 설정하는 것을 잊지 말자. 또한 맥북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모니터 색상과 실제 프린트된 색상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자. (이러한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하나 있길래 소개한다.)


 이것으로 1) 업체 컨택 및 리워드에 대한 기록을 마친다. 다음은 2) 홍보 및 포장, 배송 업체 컨택 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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