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라도 즐겁게 일하자
월간지를 만들다 보면 한 달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돌아간다.
책이 나오는 월 마지막 주엔 눈알 빠질 듯 매일 교정지 보며 교정을 보고, 책 납품하고 나면 월초다. 월초엔 그나마 여유롭다. 기관 담당자와 기획안을 수정하고 인터뷰이를 섭외하며 일정을 잡는 주간이라 칼퇴도 가능하다. 문제는 둘째 주부터다.
월초에 잡아놓은 인터뷰를 소화하다 보면 월-금 매일 취재 가느라 사무실에 앉아있질 못한다. 보통 이건 셋째 주까지 가기도 하는데, 원고 쓸 시간이 없으니 마감을 지키려면 취재 다녀와서 쓰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주말에 하루 정도 나와 두 꼭지 정도 마감해야 한다.
원고 교정 작업은 읽었던 내용 읽고 또 읽으며 '더 이상 못 보겠다!' 할 때까지 보면 보통 12교까지도 본다. 그 과정이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도 하지만, 재미는 없다. 그래서 매번 귀라도 즐겁게 일해야지, 하며 이어폰을 꽂고 본다. 그럼 마음만이라도 신나 그나마 덜 괴롭게 교정지를 볼 수 있다. 멜론 플레이어엔 '교정 노동요'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들어두기까지 했다.
그렇게 교정보다 보면 저녁 시간이 다가온다. 오후 4시 반쯤 일하고 있으면 디자이너가 넌지시 묻는다.
"저희 저녁 뭐 먹을까요?"
슬프지만 월간지 만들 땐 야근이 자연스러웠다. '내'가 할 일이 있으니 야근을 하게 됐다. 이걸 끝내놔야 내일의 내가 덜 괴롭다, 이걸 끝내야 디자이너도 일을 한다. 책 만드는 일은 늘 마감이 있는 협업이니까.
언젠가 여름밤, 다 같이 야근하고 있을 때 디자인 수정이 있어 디자이너에게 갔더니 그의 책상 한편에 캔맥주가 놓여 있었다. 그게 너무 웃기기도 하고 얼마나 답답했으면 술을 사 왔을까 슬프기도 했었다.
매번 같은 패턴으로 살고, 원고 마감에 시달리고, 야근에 쩔어 살았는데도 버텼던 건 모두 공들여 뭔가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에 보람을 느껴서인 것 같다. 힘들지만 다 같이, 결과물 하나를 만들어내는 재미.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좋아하는 일이니 또 다시 적응하고 잘 하려나? 아님 해봤던 일이라 금세 지칠까?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