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전화걸어 미주알고주알 수다 떨고싶다
그저께 밤, 사무실에 팀장과 단 둘이 남아 일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화요일에 일 마무리되면 저녁에 팀 회식하자면서 "술 안 드셔서 별로 좋진 않으시겠지만 저녁에도 한 번 해야죠"라 한다.
그쵸, 점심 회식이 좋긴 하지만 저녁 회식은 또 분위기도 다르고...
라 어정쩡한 맞장구 쳐주다가 (왜인지 기억 나지 않는데) 사람이 많이 모여있으면 기가 빨린단 말을 했다.
저는 저 포함 네 명까지를 딱 견딜 수 있고 그 이상 넘어가면 너무 기 빨려요
그랬더니 팀장이 자기는 다른 사람들이 말이 많으면 가만히 있고, 다른 사람들이 말 안하고 어색해하거나 조용히 있으면 자기가 말을 하는 선택적 수다쟁이라는 둥의 말을 했다.
새벽에 퇴근해서 남편에게 이 얘길 했더니 남편이 "아닌데, 너 말 많은데"라 한다. 그치, 나도 선택적 수다쟁이야. 나 퇴근하면 당신한테 '여보, 오늘 회사에서' 이러면서 막 쫑알쫑알 엄청 말하잖아. 엄마한테 딱 그랬거든. 학교 다닐 때도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서 '엄마, 오늘 학교에서 뭐가 어쨌는데 저쨌는데, 그래서 이래서 저랬다?' 이렇게 수다 엄청 떨었었어. 근데 이제 엄마 없으니까 당신한테 하는거지. 이제 니가 내 엄마 해.
엄마! 나 승진했어! 라 하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승진 소식을 전한 게 엄마가 한창 투병하던 2018년 10월인가 그랬다. 엄마에게 이 소식을 빨리 전해서 좋아하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점심시간에 일부러 나가 식당에서 밥 주문해놓고 엄마에게 전화해 "엄마, 좋은 소식이 있어! 나 대리로 승진했어 잘했지!" 라고 했고, 엄마는 조금 울먹였다.
아이고 잘했어, 엄마가 괜찮았으면 음식해서 파티해주는건데 미안해
거기에 대고 나는 할 수 없지, 나중에 엄마 나으면 그때 파티 해주믄 되지!
라 받아쳤던가.
요즘 사내 이슈가 많은데. 엄마한테 전화걸어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 좋을텐데, 싶어져서 쓸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