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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모리 Apr 07. 2021

[절뚝거리는 걸음 1]물흐르듯 즐겁게 달리세요

물흐르듯 되는대로 살고 싶은 이가 여기있다

물흐르듯 즐겁게 달리세요


전주에서 정읍으로 출장가면서 운전하다 보면 왕복 2차선 시골길 국도 다리 위에 '물 흐르듯 즐겁게 달리세요'라 쓰여있다. 운전 중이라 사진은 찍지 못해 아쉽다.


하여간, 그 문구를 보고 와,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 길은 차가 막히지도, 그렇다고 쌩쌩 달릴 수도 없는 정도의 차가 지나는 길이고 그냥 차선따라, 앞차 따라 물흐르듯 여유롭게 달리는 구간이다. 그래서 가끔 미친듯 일이 몰려오고 원고가 많아도 정읍 출장 가는 길에 운전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또 얼마 전엔 완주 운주면에 취재간 적 있는데, 용진읍과 소양면을 지나면서부터 운주까지 가는 길에 차가 거의 없었다. 날씨는 화창하고, 차도 없고, 그냥 내 속도대로만 달리면 되는 길이어서 너무 좋았다. 차 안에서 음악은 흘러나오고 내 진로를 방해하는 차도 없고.


인생도 '물흐르듯 즐겁게 달리'고 싶다. 

빨리 늙고 싶다는 소망은 내가 아프면서부터 갖기 시작했다. 단순히 '노화가 빨리 진행됐으면'이 아니라, 나이 들면서 인생을 달관할 수 있게 되고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을 갖게 되길 바란거였다. '이거 아님 안돼'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땐 죽을 것 같았지만 지나고보니 또 살더라, 괜찮더라 하게 되니까 처음부터 '어, 이거 안 되네, 그럼 할 수 없지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대학생 때, 산지 얼마 안 된 구두가 왼쪽발에만 조금 커서 양말을 두 개 신고 다닌다, 사람 마음도 조금 크면 양말 더 신으면 되는 신발처럼 쉬웠으면 좋겠다는 글을 쓴 적 있다.

다리를 절게 된지도 14년이나 지났다. 이제 몇 년만 더 있으면 내 인생의 반을 차지한다. 아직도 뒤에 사람이 있으면 '잘 걸어야하는데'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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