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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un 20. 2017

파리, 르 노트르까지 가게 되었다.

오페라, 마카롱, 포레누아를 배우다.

우리의 여행 여정에 파리가 있었고 그곳에는 베를린에서 나에게 기쁨이 되어 준 르 노트르가 있었다.

나도 안녕! 

남편의 배려와 나의 호기심에 3일간의 수업을 경험해보기로 결정했다. 

 르 노트르에서 자부심이 강하다는 오페라를 배워보고, 프랜치 머랭을 이용한 마카롱 그리고  이런 시간들에 격려를 하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포레누아로 수업 일정을 넣었다.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위해 샹젤리제로 향했다. 


수업은 모두 불어로 진행되었고, 3시간 반 동안 한 가지 디저트를 완성하는 수업이었다.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프랑스인들이었다. 

첫날엔 따뜻하게 데운 크로와상과 뱅 오 쇼콜라 그리고 진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해 우리를 맞아주었다. 

주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마친 오페라 수업.

계량, 두께, 온도, 시간, 방향, 힘 조절 등에 대해 강조 강조 또 강조.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적극적으로 설명도 해주었다. 

3가지 레시피 중 가장 많은 공정이 들어가고 정확도를 강조하는 디저트였다.

이탈리안 머랭 기법만 알고 있던 터라 프랜치 머랭으로 만드는 마카롱이 궁금했다. 

이미 라뒤레를 다녀온 뒤라 그 기대도 한껏 더 높았다. 

반죽을 짜고 바로 말리지 않고도 삐에나 꼬끄가 매끄럽게 잘 나와서 놀라웠다. 물론 증기 기법도 영리해 보였다. 크림만 먹어도 너무나 맛있었다. 마카롱을 배우는 건 그 브랜드의 크림과 가나슈를 배우는 거란 걸 알게 되었다. 

불어로 재료를 설명해 주는데 갸우뚱 하니 바로 핸드폰으로 찾아 알려주려는 그들이 너무도 귀여웠다.  

마카롱 수업은 모두가 너무 친근해서 수업이 마친 뒤에도 남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음식 이야기도 나오고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 중이던 소스를 친구들과 선생님께 테스팅 권유를 했다. 매운 것을 전혀 먹지 못한다는 학생마저도 시도하며 각자의 아이디어를 주기까지 하였다. 그 친구에 의하면 아직 프랑스 인들 중엔 매운 것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모두가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어 고마웠다.  수고해준 선생님께 샘플을 드렸는데 환호를 질러 분위기는 더욱 활기차 졌다. ㅎ

이곳에서 느낀 마카롱의 매력은 꼬끄의 다양한 색들과 연출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샌딩 크림 혹은 가나슈에 대한 연구의 흔적들이었다. 


마지막 수업에는 혼자였다.  

혼자 수업을 듣는다 하더라도 수업은 폐강되지 않는 점이 놀랍고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수업은 감사하게도 여러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 용어를 제외하고 불어를 쓰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홀로 수업에 맞춤식이라니!  


아이와 함께 먹기 위해 술 대신 시럽을 넣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니 잠시 고민을 하던 선생님은 바닐라 시럽으로 바꾸고 바닐라 시럽을 샌딩 했기에 생크림에도 바닐라 빈을 두 개나 넣어 휘핑하자고 역 제안했다. 

초콜릿 템퍼링을 직접 하고 거기서 얻어낸 초콜릿으로 장식하리라곤 예상치 못해 더 멋졌었다. 케이크 장식에 있어서는 여과 없이 그 사람의 감성과 성향이 보이는 시간들이었다. 

3일간의 수업이 아쉬워 책을 구매하고 싶었다. 

그에게 책을 추천받고 싶다고 하자, 한 면은 불어로 한 면은 영어로 되어 있는 학교 수업을 위한 별도의 책이 있다고 했다. 책 속에 소개된 대부분이 이 곳의 레시피가 정리되어 있는 최신판이라며 거기에 실린 모든 레시피에 대해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설명해주었다. 이 열정을 어쩌면 좋아... 


3일 동안의 이 곳 수업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디저트를 덜 먹게 되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수업들이었다. 

잘 된 것은 잘 된 대로 안 된 것은 안된 대로 

현지에서 그들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경험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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