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rim Jan 27. 2024

보상보다 더 낯선 '기여'

내적동기

작년부터 아이에게 집안일에 대한 보상을 했습니다.

1. 신발정리

2. 식사준비 돕기

3. 거실 테이블 정리


2일 연속 시 천 원.


우리가 걱정했던 부분은 집안일에 대해 금액을 책정했다는 것입니다.

1. 이거 하면 얼마 줄 거야?

2. 안 받아도 되니까 일 안 해도 되지?

3....


이런 경우들이 생길 때 어떤 방향으로 대답을 할지 정하지 못해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이는 돈을 모으는 목적이 있었는데,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친척들의 용돈뿐이어서 돈을 모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묻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할 수 있는 집안일 3가지를 생각해 보라고 했고 아이는 3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신발정리 1분,

식사준비 3분,

거실 정리 3분,

짧은 시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자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나갈 때 정돈된 신발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 배웅해 주는 아이에게 칭찬을 하게 되고 들어올 때 가지런히 벗게 되어 아이도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줍니다.


식사 준비는 종종 시간이 맞지 않아 아주 잘 진행이 되진 않지만 주말엔 도와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한 번은 밥을 먹고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설거지하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이때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엄마, 내가 설거지까지 하면 100원 올려줄 수 있어요?”

“음… 엄마가 집안을 도와주면 용돈을 주는 이유가 뭘까?”

“그야~! 제가 일을 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거죠!!”

“그렇지 않아. 엄마는 너의 일에 대한 대가로 용돈을 주는 게 아니야.”

“그럼 왜 주세요?”

“좋은 습관이 들면 좋겠고 습관이 들 때까지 힘을 보태고 싶어서~ 작은 칭찬의 표시야. 집안일에 함께 참여하는 너의 기여에 감사하고 싶어. 엄마는 이런 마음인데, 어때?”

“좋은데요?”


휴… 너무 다행이죠!

“나 안 해!!!” 하면 어쩔 뻔했을까요?


아인 매번 1000원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제법 정리가 몸에 붙는 듯 보입니다. 꾀 오랫동안 실행하고 있는 집안일에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1. 실행하지 못할 때 비난하지 않는 것.

2. 실행 시 감사표시하기.

3. 습관이 들 때까지 기다리기.


저는 어려서 ‘기여’에 대해 배워보거나 고민해 본 경험이 적습니다. 저의 기여는 '행함으로써 그곳에 작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행함과 보상에 익숙했던 저에게 누군가의 기여를 받는 경험이 많아지고,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 될 때 알 수 없는 존재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또 관계에서 오는 좋은 감정은 창의적인 생각에 도움을 받아 일에 탄력을 주기도 합니다.


이것을 지금에서야 알고 제 삶에 적용하는 것이 조금 늦은 감이 있고 아쉬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좀 더 풍성해질 미래에 기대가 되고 어린아이와 함께 해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떤 보상이 있기에 행동으로 옮기기보다 아이가 서 있는 그곳에서 작은 보탬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안에서 풍성하게 '좋음'으로 하루하루 재밌게 보내길 바라봅니다.


최근 아이가 추천해준 책인데, 재밌었습니다! 초등 경제서를 찾으시는 중이시라면! 저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 낳는 것을 생각한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