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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육면과 오이지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 따뜻해지는 음식

by Charim

요즘 자주 가는 단골 우육면집에 아이와 함께 들렀다.

반갑게 맞아주신 대만 출신 사장님은 우육면을 끓여주시고, 옆에서 저녁 식사를 시작하셨다.


그러다 내어주신 건 통째로 절인 간장 마늘장아찌.

“엇, 저희는 보통 마늘대는 제거하고 담그는데요? 대만식인가요?”

“아니에요~ 이건 중국식이에요. 아주 여린 마늘로 담그는 게 더 맛있어요! 먹어 볼래요?”

“네!!! 감사합니다."


그 장아찌를 한 입 베어 물자,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잊고 지냈던 맛. 더는 먹지 않게 되었던 장아찌였지만, 그리운 기억 속에 있는 맛이었다.


사장님은 무친 오이지도 건네주셨다.

고추기름이 들어간 다른 양념의 맛이었지만 그 다름도 반가웠다.

“이것도 먹을 줄 알아요?” 하며 보여주신 우족은

오래 삶아 야들야들해진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아릿했다.


“이거 3시간 삶은 거예요~ 한우예요! 우리는 소금에 찍어 먹어요~ 하나 주면 정 없으니까 두 개~”

그렇게 귀한 삶은 우족 두 점을 나눠주셨다.


먹는 내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우족을 낯설게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에 웃음이 먼저 나왔다.


올해 여름, 이상하리만치 오이지가 자꾸 먹고 싶었다.

남편과 아이는 잘 먹지 않아 늘 식탁에 올리지 않았지만,

이번엔 나를 위해 작은 종지에 담아 조금씩 꺼내 먹었다.


생각지도 못한 우육탕집에서,

어릴 적 엄마의 식탁이 떠올랐다.

봄이면 햇마늘을 사다 장아찌를 담그시고, 여름이면 닭을 삶아 함께 주시던 기억.

식초를 넣은 얼음 동동 띄운 물에 오이지를 주시며 “올해는 유독 맛있다”라고 자랑하시던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내 생일이라며 언니가 만들어 온, 엄마의 맛을 닮은 듯 아닌 듯한 오이지.

대만식 양념이 곁들여진 또 다른 오이지까지—

올해 나는 이렇게 계속 엄마를 만나는 중이다.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




음식을 만들고 먹는다는 건, 단순한 생존을 넘어

기억과 사랑, 그리움이 담긴 일이라는 걸 점점 더 느끼게 된다.

누군가 “맛있다”보다 “기분이 좋아졌다”라고 말해줄 때, 그게 바로 내가 이 일을 좋아하게 된 이유라는 걸 알게 된다.


모든 음식에는 사연이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그릇 하나하나에 담긴 건 결국,

내가 살아온 시간과 누군가에게서 물려받은 정성이다.


그 모든 것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지만,

오늘 이렇게 내 손을 거쳐 전해질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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