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등굣길, 나는 출근길. 이렇게 다르지만 함께 걷자
늦잠을 잔 오늘 아침,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신 아이와 함께 등굣길을 걸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차로만 움직이다 보니 등교 시간의 풍경이 새로워 보였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걷는 모습, 제법 내 어깨를 넘어선 아이 머리가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손을 잡은 듯, 잡지 않은 듯한 그 순간이 너무 웃기고도 사랑스러웠다.
이상하게,
묘하게,
좋았다.
아이와 함께 걷는 그 아침 길이 참 좋았다.
그런데 그 짧은 길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며 살아왔다. 그 감정은 때로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고, 덜 손해 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더 후지게 만들고 있었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결국 내 안의 에너지를 훨씬 더 소모하는 일이었다.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써야 할까? 너무 별로인데? 이 감정 붙들고 사느라 고생 많았네.’
그 요동치던 감정들이, 이렇게 마음을 놓으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탁 하고 내려앉았다.
원하는 걸 더 많이 하려면, 원하는 것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그때 아이가 불쑥 말했다.
“엄마, 세상엔 너무 예쁜 게 많아. 곤충도 예쁘게 보면 예뻐. 그러니까 너무 징그럽다고만 생각하지 마.”
맞다. 세상엔 여전히 예쁜 게 많다.
곤충도, 풀잎도, 오늘의 아침길도.
그리고 아이와 함께 걷는 이 짧은 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