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확장
4학년 내내 한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어느 날 생일 초대를 받았다고 하며 초대장을 보여줍니다. 날짜와 장소, 만나는 시간, 함께 노는 시간, 아이와 엄마 번호가 예쁜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내년엔 그 친구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속상하다는 아이말에 함께 영화를 볼 기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친구를 만나기 전,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엄마, 절대절대절대 쉬하고 오라 하지 말고 화장실 다녀오라고 해야 해요!!!"
"큽 >.< 알았어~ 얼른 쉬하고 와~~"
"아~ 정말!! 엄마! 이따가는 그러면 안 돼요..ㅠ.ㅠ 진짜로요~"
예쁜 두 모녀가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향해 왔습니다. (두근두근) 친구 어머님은 아이끼리 들여보내고 우린 커피를 마시자고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준비해 준 간식과 팝콘을 들고 아이들은 영화관에 들어갔습니다.
2시간 동안 친구 어머니과 아이에 대해, 육아에 대해, 교육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비슷한 성향의 아이였고 비슷한 생각을 갖고 키우는 엄마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불확신 한 미래에 대해 힘이 나고 응원이 되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마친 후 헤어짐이 아쉬운지 서로 시간을 끌길래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더니 참 예쁘게도 먹으며 재잘재잘합니다.
아이랑 하루 종일 한 달 보내기를 하며 점점 더 다가오는 마음은 아이를 믿고 아이 스스로 보낼 시간을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환경 속에서 자기의 것과 연결 지으며 확장해 나가는 아이를 계속 만나게 됩니다. 그런 아이를 보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제가 지니고 있던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생깁니다. 사람을 키우며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곤 짐작도 못했습니다.
오늘 새벽엔 메모 한 장과 사탕을 남겨두고 아빠와 급 부산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는 아이의 시선이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