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업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32살, 내 집을 마련했다는 것이 인생에서의 큰 숙제를 다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집에서 평생을 살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원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큰 '자유'였고, 그 '자유'를 위해서는 내 집 하나만으로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서 부동산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고 들여다보지 않았던 카페와 온라인 강의를 기웃거리다 거의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조금 더 부동산 세계로 나를 몰아넣기 위해서 3만 원 조금 더 내고 오프라인 조 모임을 신청했다. 그리고 신청과 동시에 첫 주, 조모임 만남이 이루어졌다.
주말의 신촌, 이제는 봄이 아니라 여름이 시작된 것 같다. 이제는 반팔과 반바지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긴팔 하나만 입었는데도 땀이 뻘뻘 났다. 신촌 대학가 중심의 허름한 스터디룸으로 들어가니 이미 줌(Zoom)으로 만난 조원들이 하나둘 씩 앉아있었다. 언뜻 보아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막내구나'
자기소개와 함께 어떻게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부동산에 대한 경험을 나누면서 나는 귀동냥으로도 충분히 조모임에 참여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동산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모인 이곳에서는 나이와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고, 고민도 단 한 가지로 통일되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과 자금은 달랐어도 부동산에 대한 열의와 목표만큼은 거의 동일했다. 나의 경험과 궁금증 그리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쭈쭈'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주시는 조원분들을 보니 왠지 멋쩍었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리숙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고, 정확히 1주일 후.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지난주에 참여하지 못했던 분들도 포함하여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자마자 옆에 앉아계시던 조원분께서는 갑자기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온라인으로 봤을 때도 어려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어리다. 원래 결혼 안 한 30대는 다 내 밑으로 어린 법이야. 어휴~ 너무 이쁘다' 마치 어른들이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만 보아도 예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처럼 나는 그 자리에서 막내라는 이유 하나로 내 직업, 연봉, 성격, 재산과 관계없이 무조건 주목을 받고 예쁨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
서른넷, 이제는 어디를 가보아도 나는 막내가 아닌 선배 혹은 선배와 후배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나이가 되었다. 몰라서도 안되는데 모르는 것도 많고, 조금 더 쿨하고 인생의 풍파를 다 겪은 만큼의 노련함과 성숙함 그리고 지헤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도 나는 아직 먼 서른 넷이다. 사회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만큼 나는 그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어영부영 그 기대치에 맞추며 꾸역꾸역 살아가느라 버거운 나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나의 그 모든 것들이 배제당한 채로 그저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챙김을 받고 관심을 받고 있음이 새삼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조원들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나, 다시 막내 하고 싶다.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