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어렴풋하게 기억해보자면 갓 스무살인 나에게 폭탄주라며 알코올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바로 대학교 새내기 동기들이었다.
학생 신분으로는 부모님이 특별한 날마다 주시는 맥주 한 모금이 전부였는데, 갓 스무살이 되자 이제는 마음놓고 신분증만 검사받으면 소주, 맥주, 칵테일, 막걸리가 그야말로 자유였다.
나에게 처음 폭탄주의 세계를 알려주던 동기는 나에게 연거푸 3잔을 따라주었고 나는 그 날에서야 내가 술을 못하지는 않는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이후 연이은 신입생들을 위한 술자리에서 나는 내 주정이 '울기' 라는 것과 '뛰기' 라는 아주 너저분한 ? 주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기도 했다.
물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서 그런 과오를 범하고도 다음 날이면 '또 한 잔을 해볼까?' 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나의 대학생활은 그러했다. 늘 속쓰림에 어제를 후회하면서도 술 한 잔을 기울였다.
사회에 나와보니 이제는 마음놓고 술을 마시는 것 뿐만 아니라 '술' 이 일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4살. 공공기관의 인턴으로 취직해서 회식자리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내 옆에 앉아있던 5살 터울의 언니는 노련하게 (?) 상사들에게 폭탄주를 제조하더니 금새 회식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어놓고는 다음 날 퇴사를 했다.
나는 아직도 그 언니의 퇴사 사유를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몰랐던 회식자리에서의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라는 현타를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동기 언니의 퇴사 후 5일 중에 3일은 과장님, 부장님 손에 이끌려서 매일매일 술을 마셨다.
과장님, 부장님은 신입도 아닌 인턴 나부랭이 20대들과 함께 술먹으며 하하호호 청춘을 보내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겠지만 난 그 때에 처음으로 내 위액이 어떤 색깔인지 술을 과하게 먹고 출근을 하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그 때 처음으로 건강의 위협을 느꼈다.
그리고 서른이 되어보니. 이제는 시끄러운 술집이 아니라 나랑 같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사람과 단 둘이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며 잔을 기울이는 일, 주말에 들리는 부모님 댁에서 아빠와 함께 나누는 술이 요즘은 좋다.
이제는 필름일 끊길 때까지 마시는 일도 거의 없다. (물론, 없어야 할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부어라 마셔라 보다는 적당히 내 기분에 알맞게 마시는 법도 알게 되었다.
안주를 위해 멀티쿠커를 샀다
가장 좋은 술은 퇴근 길에 사오는 캔맥주를 집에 와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 꼭 맥주는 히야시라는 단어가 붙어야 시원해지는 맛이다 ) 알맞게 시원해 질 동안 집정리와 환복 그리고 맛좋은 안주까지 준비하곤 소파에 기대어 (소파는 꼭 바닥에 기대어 앉아야 한다) 가장 보고 싶었던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영상 하나를 틀어놓곤 하루를 마무리하는 '혼술' 이 나에게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