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마음가짐 연습_ 은방울꽃
낭만적 연애와 결혼 생활을 꿈꾸던 그녀의 결혼 생활은 어두웠어요. 남자는 여자와 달랐어요. 연애할 때부터 사생활이라 여기는 영역을 확실하게 정해두던 그였죠. 남자는 사귀는 사람과 밀착된, 칠밀한 연애를 바라는 그녀와 달리 거리를 두고, 만남의 횟수를 정해서 만나길 원했어요. 여자는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연애할 때는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둘 사이 연애와 결혼생활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를 좁히거나 맞춰보려는 노력 없이 지내다 결혼하게 되었어요. 생각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 두 사람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해결하지 않고 묻어 둔 문제들은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어요.
이제 무엇이든 함께 하고, 같이 가고, 다양한 활동을 공유하길 바라는 여자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쉬거나, 게임을 하거나, 혼자서 조용하게 있고 싶은 남자는 자주 다투게 됩니다. 남자는 여자가 집 밖의 공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을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연애를 할 때 대부분은 자신에게 맞춰 줬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난 뒤 여자에게 돌아온 말은 '그런 줄 몰랐다'였어요. 집 안에 있을 때야 쉬었다는 느낌을 갖는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결혼을 하고 나서야 알았죠. 그렇지만 여전히 그는 그녀가 맞춰주길 원했어요.
여자는 작은 것들을 부탁하거나 제안했어요. 남자는 심드렁하게 듣거나, 나중으로 미루기를 반복했죠. 집안일에 있어서도 몇 가지 사소한 거절이 반복됐어요. 어느 날은 흔쾌히 들어준 날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여자의 기억은 '거절' 당한 몇 번의 일들에 휘둘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곧 거절당한 기억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여자는 점점 '거절' 당하기가 두려워졌어요.
상대편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
거절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거절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려운 일입니다. 거절을 해야 한다면, 상대방을 배려해서 상처 주지 않는 거절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러나 거절에 대한 뜻은 뭉뚱그리거나 흐려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거절 의사는 뚜렷하고 분명해야 하죠.
'연애'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우리가 늘 잊고 있는 것은 '연애'도 '인간관계'의 일부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해야 하므로 사귀는 사이가 꼭 돼야 한다에만 집중하느라 상대방이 건네는 중요한 신호를 놓칠 때가 많아요. 만약 그녀가 그에게 만남의 횟수를 조금 더 늘려보자고 이야기를 했다면, 그가 거절을 했을 수도 있고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거예요. 비록 그녀의 요구를 거절했다 하더라도 그가 그녀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적어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겠죠. 덧붙여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의 경계를 연애를 하는 기간 동안 진지하게 대화하며 조율해봤다면, 둘의 결혼생활이 조금은 더 활기가 있었을 테죠.
그녀는 거절이 두려웠어요. 서로의 연애 방식을 조율해 볼 수 있었음에도 묻지 못하고, 결국은 결혼 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거절을 해야 할 때, 거절당해야 할 때가 힘들어서죠.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한 연습이 필요해요. 그래서 오늘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이야기해 봅니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마음 들여다보기, 인생 최초로 거절당한 경험
거절이 왜 두려울까요? 거절을 두려워하는 당신은 거절을 못하는 사람이기도 할 거예요. 거절에 익숙해지기가 힘들기 때문일까요. 검색어를 '거절'로 했을 때 관련된 책은 10,470권이나 검색됩니다.
'거절'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거절되었다는 착각 때문입니다. 사전적 정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등이 거절된 거예요. '나'라는 사람이 거절된 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거절이 두려워요. 상대방의 요구나 제안이 아닌 '나'의 존재가 거절되었다는 생각과 감정으로 괴로울 때, 인생 최초로 거절당한 경험을 생각해 보세요.
아이와 함께 자란다는 생각으로 육아를 하면서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매번 올 때면 슬기롭고 지혜롭게 거절하려고 그렇게 애를 씁니다. 그렇지만 결국 아이는 매번 세상 끝난 것처럼 울어요. 울고 있는 아이를 토닥이며 거절의 이유와 다른 대안을 말해줍니다. 아이가 좌절하는 이유는 엄마가 볼 때는 큰 일은 아니랍니다. 단 것을 이미 너무 먹어서 오늘은 그만 먹어야 하거나, 밤이 늦어 자야 할 시간이 됐을 뿐이죠.
"오늘은 사탕을 이미 세 개나 먹어서, 막대사탕은 오늘 못 먹을 것 같아. 대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막대사탕 하나 먹자. 어때?"
'나'의 존재가 거절되었다는 생각과 감정으로 괴로울 때
상대방에게 거절당할까 봐 마음이 괴로울 때, 꼭 거절해야만 하는데 도대체 거절을 할 수가 없을 때 인생 최초로 거절당한 경험을 간단하게라도 적어보세요.
7살 때(언제), 시장에서 (어디), 엄마의 거절 (누구), 꽈배기 도넛 (무엇), 엄마가 사주지 않아서 (왜), 떼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참았다 (나는 어떻게 했다)
이 기록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조금 더 다뤄보기로 해요.
예시처럼 도넛을 사주지 않은 엄마가 최초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존재'가 거절된 경험이 있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우선이길 원해요. 태어나면서 부모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우게 되니까요.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고, 소중하고 독특하며 특별한 존재로 바라보며 키우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아니면, 늘 그렇게 해 왔지만 어떤 날은 아이에게 소홀하거나 따뜻하게 대하지 않은 날이 있을 수 있죠. 마침 그랬던 날이 상처로 남아서 '존재'가 거절되었다는 감정으로 남을 수도 있어요. 거절이 두려운 당신은, 그 날을 마주하고 '존재'의 거절이 아닌 '거절'은 단지 '거절'일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거절이 두려울 때, 어린 시절을 돌아보세요. 소중하고 독특하며 특별한 존재로 여겨지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을 마주 보세요. 거절을 잘 당하고, 잘할 줄 아는 마음 갖기를 시도해 봐요.
상대방의 '거절'에 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연습
일곱 살 때, 엄마는 설탕이 잔뜩 붙은 빵 사주기를 거절했어요.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저의 경우 거절이 일상이었어요. 그래서 거절이 두렵다기보다 떼를 써서 얻어내 볼 만한 것들도 어쩌면 당연하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죠. 오늘 글 초입에 예로 든 커플의 그녀도 마찬가지였어요. 엄격한 아버지의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혼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어릴 적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생겨도 잘 말하지 않았어요. 이미 거절되는 것으로 여기고 마음속에 정해두고 있었죠. 이건 안될 거야, 이건 될 거야. 혼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제한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투사
상대방에게 조심스럽게 건넨 제안, 요구가 거절되었을 때,
"그럴 줄 알았어. 이미 이 기획안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줄 알고 있었다고."
"예쁜 사람만 좋아하는 것 같더라니.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얼굴이었다면 만났을 거면서."
거절할 수 있어요. 그리고 거절당할 수 있죠. 거절당한 후 우리는 거절의 결과를 '어떤 생각', '무슨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합니다. 거절의 순간 "투사"되는 감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나는 너의 고백을 받아 줄 수 없어"
투사되는 감정과 나의 생각을 여러 번 되새김질하며 괴로워하지 마세요. 거절의 내용에 집중하세요. '나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다고 했어요. 너는 얼굴이 예쁘지 않다거나, 너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어요.
"이 기획안은 이번 사업방향과 맞지 않습니다."
거절의 내용에 집중하세요. '사업방향'과 맞지 않다고 했어요. 평소 너의 능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했다거나, 시작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죠.
투사는 스스로 수용할 수 없는 욕망, 생각, 느낌을 주체의 바깥, 즉 다른 주체에게 옮겨 놓는 방어기제입니다. 내 안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며 위로를 받는 거죠. 일시적으로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는 있지만 매번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됩니다. 그래서 단순한 거절도 '거절'로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죠. 상대방의 의도를 '거절' 그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연습은 꼭 필요해요. 투사는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무의식의 활동이지만, 투사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나는 언제든 상처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자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만들어지게 되니까요.
올망졸망 귀여운 모습의 은방울꽃입니다. 주로 산지에서 자라요. 관상용이나 치유의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심장병에 유용한 성분이 있지만, 꽃대와 열매는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어요.
은방울꽃이 가진 독성처럼 ‘거절’이 치명적인 독성으로 여겨질 수 있을 거예요. 꽃의 어느 부분은 꼭 도움이 되기도 하죠. 심장병에 좋은 성분을 가진 꽃이 은방울꽃이라 하니까요. 거절도 마찬가지로 당신에게 꼭 필요한 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거절’을 경험하면서 거절을 대하는 나의 방식을 돌이켜 본다면 ‘성장’할 테니까요.
<거절당하기 연습>, 거절당하기 두려운 저자의 거절당하기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 까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곧 그의 도전을 인정하게 됩니다. 실제로 거절을 당해보면서 점점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게 되고, 세상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거든요.
은방울꽃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 사랑의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가 있어요. 아일랜드에서는 요정이 즐기는 놀이터라 여겨져 ‘요정의 사닥다리’라고 불리기도 한대요. 거절이 당신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사다리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사랑의 행운이 당신과 함께하기를.
참고문헌
사람풍경, 김형경, 사람풍경
자기사랑 노트, 오제은, 샨티
거절당하기 연습, 지아 장, 김지연 역, 한빛비즈
오랜만입니다. 이번 계절에 이어가는 <괜연꽃>은 5회에서 10회 정도 격주 연재를 계획하고 있어요. 요즘은 머리 속에 생각은 많은데, 정리할 시간이 몹시 부족한 육아 노동자로 살고 있어요. 출산 후 부부 사이가 다시 좋아지려면 아이가 6세가 될 즈음 이라고 하는데요, 둘째가 아직 세 살이네요. 부부가 연애를 하는 즐거움으로 가정을 이끌어 간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입니다. 아이가 둘이니 종일 놀아주고, 챙겨주느라 정신이 없어서 최근에 저희 부부 결혼 기념일이었는데 둘 다 하얗게 잊고 지나갔어요. 깜짝 놀랐어요. 결혼 7년만에 처음 잊어봤네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 궁금하신분이라고 쓰고 '육아스타그램'이라 읽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sodam_cosmos/
꽃을 알려주는 꽃선생님, '꽃처럼'
https://www.instagram.com/flowerily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