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에 대한 소소하고 살짝 묵직한 몇 가지 생각 _카라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소소하고 살짝 묵직한 몇 가지 생각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결혼이다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에서 말하는 결혼입니다. 문맥상 가족 모두를 두고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가장 먼저가 되어야 할 대상이 '배우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가 한 가지 옷을 걸치는 순간부터 다른 옷을 입는 것은 포기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죠.
인류는 오랫동안 가문을 이어가고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일종의 가족 간의 계약이었다고 해요. 사랑을 해서 결혼이 이뤄지는 게 아닌, 결혼 이후에 사랑이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죠. 그러다 18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사랑 없는 결혼이 해체되는 흐름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낭만적 사랑이라는 개념은 18세기 이후에나 등장하게 된 거죠.
낭만적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기 전에도 분명 '연애'는 있었어요. 그럼에도 '결혼'은 사랑과 관계없이 이루어져야 했죠. 스테파니 쿤츠의 <진화하는 결혼>에서는 낭만적 결혼의 시대가 열리기 전 신분사회에서 조혼 풍습이 일반적이었던 이유는 사랑이 신분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이었다는 해석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은 신분제를 위협하는 최대의 걸림돌이니까요.
이제는 달라졌어요. 결혼은 가문의 생계, 존속 혹은 계약 관계를 위한 필요가 아닌 개인의 성장을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인생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됐죠.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는 내가 하는 결혼이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아요. 책은 결혼을 하고 살아가면서 반드시 한 번씩은 생각해 볼 가치관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남들처럼 연애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연애를 하거나 안 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를 늘 선택하죠. 우리 생활의 리듬과 공기를 좌우하는 연애와 결혼이니 만큼 연애와 결혼에 대해 평소 생각해 둔 몇 가지 가치관이 있다면 살아가면서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들을 챙기며 지내는 데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나만의 우선순위를 만들어두는 거죠. 남들처럼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보고 하는 연애라지만 연애하면서 한 번쯤은 꼭꼭 씹어 생각해 볼 이야기를 추려봤어요. 그리고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생각해 볼 문제들도요. 이 글은 연애가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도는 없어요. 단지 우리들의 연애가 중요하게 여기는 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면서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상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애가 됐으면 해요.
블로그에 <연애하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오후>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던 중 대부분의 계획에 자신을 제외하고 계획을 세우는 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댓글이 있었어요.
연애의 미래는 오늘 서울 시청 앞에서 만나 떡볶이 맛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달고나 아저씨를 찾아 오늘은 기필코 뽑기 모양 본뜨기로 승부를 보겠다는 소소한 계획을 물론 포함합니다. 연애가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될 때, 우리는 취업, 유학과 같은 인생 대소사에 앞서 상대방의 인생 계획도 함께 고려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나이에 대한 압박을 느꼈던 적이 있을 거예요. 혹은 스스로 자괴감에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던 적도 있겠죠.
"이 나이 먹도록 뭐했나"
슬프게도 연애라고 예외는 없습니다. 곧 서른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서른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면 누구를 만나게 되더라도 결혼 생각을 먼저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부모님, 친척 어른들이 자주 부담을 주는 경우는 더 심해지기도 하죠. 결혼도 연애도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인데 말이죠. 결혼하기에 적절한 나이란 게 처음부터 있기는 한 걸까요. 생물학적으로 임신하기 좋은 나이는 있습니다만, 가끔은 임신하기 좋은 때를 '결혼'하기 좋은 때로 규정하는 못난 생각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며, 국가 정책을 만드는 중요기관에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16년 말 '대한민국 출산 지도' 같은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만들어 냈었죠.
결혼하기 좋은 때는 없어요. 언제 결혼하더라도 처음에는 엉망일 테죠. 시작해보면 알게 됩니다. 어느 날부터 수십 년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지내던 타인과 함께하기 시작할 때의 괴로움을 말이죠. 나와 그가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는지는 결혼하면서 한 집에서 매일 같이 부대끼기 시작할 때부터, 그때서야 알 수 있어요. 서로의 인격이 어느 정도 성숙했느냐의 문제도 마찬가지죠.
그러므로 심각해질 필요 없어요. 만약 나보다 어른인 주변 사람으로부터 듣는 결혼하기 좋은 '시기'라는 것 때문에 쫓기고 있다면 이제는 쫓기는 마음을 붙잡아두고 튼튼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진짜 연애를 해보자, 내가 중요하게 여길 한 사람을 찾아보자는 너무 무겁지 않은 마음가짐을 갖길 바라요.
갓 스물, 연애하게 됐다면 결혼에 대한 생각은 멀었다고 생각하기 쉽겠죠. 미간을 찌푸리고 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결혼은 아니지만, 상대방에 대한 나의 생각을 한 번쯤 정리해 본다면 사귀는 사람과의 결혼 생활을 떠올려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지금 '나'는 즐거운 연애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럭저럭 괜찮다, 즐겁고 설렌다, 별로 생각하기 싫다, 막막하다 등의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두 사람이 함께 결혼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애한다면 비용을 절약하고, 서로의 가족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애를 하면서부터 준비하고 생각해 온 결혼 생활을 새로운 연애로 맞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데이트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는 커플도 있고, 결혼자금을 미리 모으는 커플도 있어요. 연애하면서 상대방의 부모님을 종종 찾아뵙기도 하고요. 연애를 하면서 그의 부모님을 알게 된다는 건 그 사람이 어떤 분위기에서 성장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결혼을 한다면 파트너가 나를 가족 중 제일 처음 우선순위에 두고 생각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고요.
그러던 커플이 헤어지게 되면, 모으던 돈을 나누면서 올 수 있는 번거로움, 서로 부모님과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아(경우에 따라 속이 시원해질 수도 있죠) 이별이 더 힘들어 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어요. 그럼에도 결혼을 연애의 연속으로 본다면 연애하는 동안 잘 분별해서 새로운 연애의 시작인 결혼생활을 알뜰히 준비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은 부모님을 만나보는 것도 괜찮은 이유, 결혼하는 순간부터 '부부'가 서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를 지키지 못해 힘든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많아요. 단순한 문제인데, 생각 외로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잘못된 효 사상에 치우쳐 지키지 못하는 경우, 형제, 남매 사이가 정도 이상으로 가까워 지나친 간섭을 받게 되거나, 내가 키운 내 아들, 내 딸에게 대접 받고 싶고 아들 딸의 시간과 물질을 함께 누리고 싶은 부모님의 이기심으로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많죠.
너와 내가 가족이 되기 전에, 서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돌아보세요.
건조한 일상에 약간의 낭만을 드리는 마음으로 낭만윤X꽃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선 두사람,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자리에 선 신부에게 어울리는 꽃. 카라를 소개합니다. 7월에 꽃을 피우는 카라는 고고하고 청아합니다. 단아한 분위기 덕에 부케로 자주 사용됩니다. 카라는 장례식에서 위로의 순간을 함께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혼자 사는 생활의 마지막, 죽음을 맞게 된 삶의 마지막. 결혼식과 장례식에 모두 카라가 함께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가 꽃이라고 생각했던 카라의 잎은 꽃이 아니라 꽃을 둘러싸고 있는 화포랍니다. 화포 안에 노랗고 긴 수술이라고 생각했던 그 아이가 바로 카라의 꽃이에요.
참고문헌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소노 아야코, 오근영 역, 책읽는 고양이
진화하는 결혼, 스테파니 쿤츠, 김승욱 역,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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