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이 가진 가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읽히면서도 왜 사는지,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인간의 유한한 삶에서 죽음은 무엇인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것들을 톺아 볼 수 있는 책이다.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선생님이 하나 하나 알려주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생명, 언어, 돈의 교환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세 가지가 이어지고, 연결되는 원리를 안다면 삶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 살아내고, 죽음 앞에서 '얘야, 밥 먹어라'라는 가벼운 부름에 끄덕이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테다.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유리컵 안의 빈 공간을 인정하지 않는 거라고. P25
글을 쓴다는 것은 앞에 쓴 글에 대한 공허와 실패를 딛고 매번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그가 환하게 웃었다. P29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P40
귀의 형태는 들락날락이 비정형이고 랜덤해. 일정의 카오스지. 소용돌이야. 사람의 인체는 모든 게 정돈되어 있는데, 귀와 배꼽만 정돈이 안 돼있어. P40
개미와 거미는 있는 걸 gathering하지만, 벌은 화분을 transfer 하는 거야. 그게 창조야. P56
엄마 없다? 엄마 있네! 어찌 보면 그게 우리 인생의 전부라네. (중략) '있다 없다' 까꿍 높이가 결국 문학이고 종교야. P59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글 쓰는 사람은 다음이 있어. P61
엉엉 소리 내 울고 피눈물을 흘리는 것도 행복이라네. 늙은이는 기막힌 비극 앞에서도 딱 눈물 한 방울이야. P69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래예측에는 자기 투영이라는 핫한 테마가 숨어 있다네. P85
물질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라 차이의 의미가 언어란 말일세. (중략) 이 세상은 자연계 기호계 법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져 있다네. P102-103
백신도 인간이 개발한 화학 치료제가 아니야. 인체에서 생긴 면역체를 가지고 만드는 거지. P115
나의 고통이 이상 없음으로 처리될 때, 타인의 안도 속에 더 큰 소외가 일어나는군요. P121
생각을 다루는 인지론, 실천을 다루는 행위론, 표현을 다루는 판단론. 인간으로 풍부하게 누리고 살아가려면 이 세가지 영역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네. P135
인생을 춤으로 보면 자족할 수 있어. 목적이 자기 안에 있거든. 일상이 수단이 아니고 일상이 목적이 되는 것. 그게 춤이라네. P149
죽음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엄마가 '예야, 밥 먹어라'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P156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기 전에, 쓸모를 못 찾은 놈에게 눈곱 하나 떼서 붙여주면 그 아이가 화가가 되고, 귀지 좀 후벼서 넣어주면 그 아이가 음악가가 되는 거예요. P171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P231
남을 가르칠 수도 없고 남에게 배울 수도 없어. 인간이 그런 존재야. 거기로부터 시작해야 하네. 그게 실존이야. P235
세상이 복잡해 보여도 피, 언어, 돈 이 세가지가 교환 기축을 이루며 돌아가고 있어. P263
죽음을 앞둔 늙은이가 절실한 시를 쓸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아. 하나님이 잘 만드셨어. 내가 지금 20대 30대의 감각으로 죽음을 겪고 있다면, 지금처럼 못 살아.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