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을 함께 보낸 연인에게 결혼을 권하는 이유 _사철나무
사계절을 함께 보낸 연인에게 결혼을 권하는 이유 _사철나무
어머, 시간 참 빠르네요. 저는 벌써 결혼 5년 차를 살고 있어요. 오늘은 '결혼하는 시기'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봐요.
배용준 커플이 3개월 만나고 결혼을 했다는 기사에 엄청난 좋아요가 있길래 댓글창을 휙 봤어요. 기사를 보니 ‘사람 오래 만날 필요 없는 것 같다’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어 있더라고요. 유명 연예인 커플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댓글에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어요.
결혼을 반드시 몇 개월 이상 만나고 해야 한다거나 어떨 때는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른 것이 결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결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번 심사숙고하더라도 무조건 잘 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결혼 시기를 고민해 보는 일을 아주 긍정적으로 봐요.
결혼을 하고 보니 기혼자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때 되면 한다’가 무슨 말인지도 대충은 알게 됐죠. 그러나 때 되면 알게 되기 전에 결혼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노력도 필요하겠죠.
결혼을 생각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사계절을 보내고 결정했으면 해요. 두근두근, 콩깍지가 씐 상태라 1년을 보내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결혼에 대해 다시 숙고할 수 있는 시간(최악의 경우 결혼을 무르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까지 포함해서 1년을 보냈으면 합니다. 결혼을 무르는 일이 발생한다의 기준은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돌리기 전을 기준으로 생각해요. 물론 혼수도 다 사고, 식장도 예약하고, 심지어 전세 계약을 했다는 것도 큰 문제긴 하지만 경험담을 들어보면 지인들에게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놓고 안 한다고 다시 전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고 해요.
그래서 오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마음으로 연애하는 우리에게 결혼을 앞두고 사계절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먼저 이 시간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1년을 보자는 이유는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죠. 상태 안에는 심리상태와 재정 상태를 포함해 부모님과 연인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분리되어 있는지도 포함됩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심리상태
각자가 가진 기질과 특성이 있어요. 기질과 특성에 더해지는 환경적인 요인들이 그 사람의 성격과 현재 심리상태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평소 연애를 하면서 일일이 그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러나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살펴봐야 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의 심리상태뿐 아니라 '나'의 상태도 잘 봐야 한다는 것.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싸울 때입니다. (사실 다들 아시죠?) 좋을 때는 다 좋아요. 그래서 싸울 때 보이는 모습을 잘 살펴봐야 해요. 언행이 거칠고, 욕을 하지 않는지, 심각하게 비꼬거나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처를 후벼 파는 유형은 아닌지, 함께 이야기해서 이미 해결된 문제들까지 여러 번 들춰내는 사람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아니면 아무 말도 없이 잠수를 타버리거나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바로 이별을 고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결혼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거예요.
연애 중인 그가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거나, 수동 공격적인 행동(상대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을 보인다면 그 부분에 대해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결혼을 생각하기 전, 연애를 하는 시간 동안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으로 서로의 습관이 고쳐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고쳐지는 일은 어려워요.
그래서 여력이 된다면 커플 상담을 받아보거나 간단하게라도 둘이서 심리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MBTI, 에니어그램 모두 좋아요. 두 검사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므로 호불호가 있기 때문에 검사에 대해 잘 알아보고 선택해서 받는 것이 좋아요. 둘이 왜 싸우는지 뭐가 맞지 않는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기질적인 면과 성격을 알려주는 검사라 결혼을 한다면 함께 사는 데 있어 분명 작은 도움이 될 테니까요.
사랑만 하고 살 수 없어서 꼭 알아야 할, 재정상태
모두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결혼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두 사람의 힘으로 시작하는 결혼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함께 살 집에 들어갈 비용이 턱 없이 높다는 거죠. 그래서 빚 없이 시작하기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결혼에는 양가 부모님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요. (개입은 경제적, 정서적, 결혼과 관련된 절차를 모두 포함해 생각해 봅니다)
결혼을 생각한다면 서로의 재정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어요. 아직 남아있는 학자금 대출이 있을 수도 있고, 부모님 빚을 대신 갚고 있는 경우도 있죠.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숨기지 말아야 합니다.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의 살림을 하나로 꾸려가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갚아달라는 이야기가 아닌데, 그렇게 보이면 어쩌나 하는 구차함에 마음이 쭈글쭈글 해질지도 몰라요.
그러나 현실이라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신혼부부 대부분은 맞벌이를 하게 될 텐데, 서로의 급여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게 될지 배우자도 알 필요가 있어요. 학자금 빚이나 원가족에서 해결되지 못한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을 부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혼하는 두 사람이 이 문제를 조율할 필요가 있죠.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계속해서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양가 부모님이 결혼 후에도 무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는 상황이라면 결혼생활이 원만하기 어려워요.
이혼을 하거나, 생각하게 되는 이유 중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돈'입니다. 돈에 대해 가볍게 여기거나, 처음부터 ‘네 돈과 내 돈’을 나눠서 시작하려 한다면 나중에 돈 문제가 감정싸움이 되거나 재정상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의심하기도 하는 등의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러니 용기를 갖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봐요. 이제 시작입니다.
결혼 직전까지 잘 살펴볼, 부모님과 배우자의 관계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이 부모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큰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연애를 하는 기간까지는 그럭저럭 지낼만하겠죠. 그러나 결혼은 다릅니다. 미래의 배우자가 부모님과 전혀 분리가 되지 못했다면, 남편과 다툼이 있는 날이면 시어머니와의 2차전도 예약해둬야 할 거예요. 만약 이 글을 읽는 본인이 남자라면 장모님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건강한 분리가 되었는지는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기간을 두고 만나면서 부모님도 종종 뵙고, 집의 분위기가 어떤지 적응할만한지 체험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반대로 부모님과 애착이 전혀 없거나, 부모님을 무척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 경우도 위험합니다. 결혼 생활 중에 당신의 모습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이나 다른 부분 일부를 상대방이 자신이 싫어하는 부모님과 동일시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당연 결혼생활이 즐거울 수 없겠죠. 만약 당신의 연인이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 극도로 어려움을 느끼거나 증오를 하는 경우라면 결혼 전에 반드시 상담받을 것을 권해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시간이 필요합니다. 연인으로 사계절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는 그 사람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지내보자는 뜻을 담고 있는 동시에 나의 연인이 더울 때는 어떤지, 추울 때는 어떤지 알아가자는 의미도 있어요. 내가 만나는 사람은 더울 때도 꼭 긴 팔을 입는다던지, 추울 때는 기분이 상당히 저기압이라든지 이런 사소한 것들 말이죠. 결혼은 상상 이상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별 일 아닌 사소한 습관과 취향이 함께 살아갈 때는 크게 영향을 미칠 때가 많아요.
연애가 꼭 결혼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가끔은 연애가 더욱 의미가 있어지기도 하죠. 결혼 덕에 연애가 중요하게 여겨질 때도 있고요.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 생각했던 것보다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각,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의 시간은 중요합니다.
연애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오롯이 알아가면서 결혼을 생각해 봐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이야기도 해보면서요.
당신의 일상에 약간의 낭만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낭만윤X꽃처럼
차가운 눈발, 다 녹아내릴 듯한 폭염에도 늘 같은 모습. 사철나무입니다. 늘 푸른 모습을 보여주는 장점 때문에 정원은 물론 길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죠. 특히 어린 시절 학교 교정 안에서 많이 봤던 나무랍니다. 사계절을 싱그럽게 해주는 사철나무. 계절마다 달라지는 사람 마음과는 달리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철나무의 꽃말은 ‘변하지 않음’이라고 하네요. 곧 돌아오는 겨울, 회색도시 안에서 마음에 싱그러움 한가득 사철나무와 함께 담아 두시길 바라요.
J와 P의 차이
주말 아침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수목원으로 놀러 가자 했어요. 늦은 아침은 아니었지만, 준비하려면 할 것도 많고 긴 연휴를 보낸 뒤 몸이 피곤한 상태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죠. 싫은 내색으로 보였는지 남편도 같이 심드렁 해졌어요.
결국 어찌어찌 준비해서 수목원을 가는 길에
"다음에는 어디 가려면 전날 말해줘."
"아니, 차로 2-30분 걸리는 거리인데 전날 말해야 해?"
"준비하려면 시간 걸리잖아."
"무슨 속초나 여수 가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어디 못 가겠네."
그랬어요. 둘째가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되었으니 준비하기 버겁기도 하고, 전 날 미리 말해주면 좀 일찍 일어나서 씻고 기저귀 가방(아기에게 필요한 준비물로 가득 찬 가방)이라도 챙기면 준비가 수월 할 테니 어디로 떠나는 건 미리 말했으면 해서 시작된 대화죠.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MBTI에 대한 네이버 지식백과의 정의입니다. 마이어스랑 브릭스가 자기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를 만들었어요. 이 검사는 인간의 무의식을 심층적으로 연구해 분석심리학을 전개한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만들어졌죠.
MBTI 검사에서 중요한 것은 선호성입니다. 그것을 선택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보는 검사죠. 척도는 4가지로 나눠 유형을 알아보는 데 사용합니다.
주의 에너지의 방향 E 외향 - I 내향
인식, 자료수집 방법 S 감각 - N 직관
판단, 의사결정 기준 T 사고 - F 감정
생활양식, 행동양식 J 판단 - P 인식
MBTI는 자기보고식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어요. 그래서 이 검사는 현재 나의 상황이 그래야 한다고 느껴서일 수도 있고 상황이 그런 것일 수도 있는 모호함이 있습니다. 성격 유형 평가는 좋거나 나쁜 유형이 없음을 꼭 기억해 둬야 해요. 또한 모든 행동이 유형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유형의 사람 둘이 있을 때 서로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 검사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사입니다. 또한 결과보다 분석이 훨씬 중요한 검사이기도 해요.
차 안에서의 대화는 제가 "아니, 그렇다는 거지 뭐."라고 말을 줄이는 걸로 마무리했어요. 이것이 바로 성격차라는 것이기 때문에 길게 주장을 펼치다가 괜히 힘만 빼고 언성 높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순간 결혼하기 전 상담연구소에 찾아가서 함께 검사한 MBTI가 생각나기도 해서 그랬어요.
그 날 이후 남편은 심심할 때마다
"어디 가려면 엄마한테 이야기해야 해. 슈퍼 갔다 오는 것도 미리미리. 그렇지 끄덕끄덕!"
같은 식으로 딴에는 약을 올린다고 (이게 바로 꽤 많은 남자분들이 사용하는 친근감 표현이죠) 말을 걸더라고요. 가까운 곳이라도 어디를 가야 한다면 미리 알아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 저는 INTJ, 그런 저를 좀 답답하게 생각하는 남편은 INTP입니다.
결혼 전에는 '우리는 비슷한 인간이야!'라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그 날, MBTI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에 무척 그랬어요. 마지막 알파벳 하나만 다른 비슷한 너와 내가 만났으니 '우리는 잘 살 수 있지 싶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J와 P가 가장 많이 부딪히죠
라는 말을 강사님이 전하셨죠. 무엇이 어쨌든 계획을 세워야 하는 J와 계획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P. 부부싸움이 일어나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척도라고도 이야기하셨어요. 그때는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결혼 후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J와 P가 떠오를 때가 제법 있더라고요.
결혼 전에는 낭만이 꽤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사랑하게 되고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면서 더욱 사랑에 빠지기도 하죠.
그들은 낭만적인 면에서 가장 필요한 선물, 즉 그들 자신의 취약점이 적힌 안내서를 주고받지 못한다.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꼭 맞는 말을 해요. 결혼 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취약한 점을 잘 알지 못하죠. 성격검사, 심리검사는 아마 결혼을 앞둔 두 사람에게 서로의 취약점을 알게 해주는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할 거예요. 이 또한 그 사람을 알기에는 너무도 빈약한 일부 사항에 불과하지만요.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
하지만 이는 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은 근본에 있어서는 불완전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이상에 못 미치는 양육을 받았다. 우리는 설명하기보다 싸우고, 알려주기보다 들볶고, 고민거리를 분석하기보다 초조해하고, 거짓말을 하고 엉뚱한 데로 화살을 돌린다. (...)
따라서 결혼할 사람을 선택하기란 감정의 존재 법칙을 우회할 방법을 찾았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고통을 흔쾌히 견딜지 결정하는 일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그래서 결혼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알랭 드 보통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통해 전해요.
결혼은 '어지간히 좋은' 결혼만 있을 수 있다
참고문헌
성격심리학, L.A. 젤리 저, 이훈구 역, 법문사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노안영 저, 학지사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저, 김한영 역, 은행나무
MBTI, 자세히 알고 싶다면 네이버 지식백과 링크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