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처방전
헤어짐 이후 건강한 연애를 준비하려면 _천일홍
이별 처방전
헤어짐 이후 건강한 연애를 준비하려면 _천일홍
헤어짐 이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혼자인 지금을 잘 보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보다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어요. 지난 글에 이어 헤어짐 이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을 이어갑니다.
지난 글이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면, 이번은 실전 편으로 볼 수 있어요.
일상을 잘 살아내고, 생각하고 싶은 만큼 생각하고, 나를 다독여 주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찌어찌 시간은 가겠죠. 그러나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던 것들이 있던 만큼의 공백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취미'라는 것을 키워보는 게 어떨지.
건강한 취미를 찾아본다
물론 모든 것이 잘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가정 하에 쓰는 글입니다. 연애 이후에 겪는 상실 앞에서 일상은 또 어떻고, 나를 다독여 주는 것도 모자라 무슨 건강한 취미 (...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먼저 말해두자면 '취미'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취미가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만약 취미가 없는 당신이 일상을 살아내고, 나를 다독여 주다가 틈만 나면 헤어진 그분이 생각난다면, 그리고 그 틈이 하루에 연속 30분 이상으로 길게 지속된다면, 지금입니다. 취미생활 하나쯤 가져보는 걸 추천해요.
모든 사람에게 권하는 1시간 이내의 취미는 '걷기'입니다. 야외 활동을 즐겨하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실내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욱 권해요. 매일 걸으면 좋겠지만, 1주일에 여러 회 걷는 것이 물론 좋겠죠. 운동을 매일 하면 좋은 것과 같아요. 걸으면서 노래를 들어도 좋고, 헤어진 그녀에게, 그에게 진상짓 한 일들을 떠올리며 파워 워킹을 해도 좋아요. (단, 옛 생각에 좀 창피해하는 것은 괜찮지만, '난 못난 땡땡이야'라는 자책은 거절합니다) 몸을 움직여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니 규칙적으로 꾸준히 할 것을 권합니다.
아마 대부분 제법 바빠서 ‘걷기’ 실천만 하더라도 시간을 꽤 보낼 수 있을 테죠. 그러나 누군가와 주기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정성을 들이다가 혼자가 되면 뭔가 허전할까 봐 마음도 다독일 겸 실내에서 가능한 취미활동을 세 가지 정도 추천해요. (야외 활동 및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사망의 위험이 있거나 몸에 이상이 오지 않는다면 맘껏 운동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읽어본다 (혹은 드라마나 영화도 환영)
책을 읽는 것도 좋고, 만화책도 좋다. 그동안 혼자 집중해서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평소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이번 기회를 독서의 기회로 삼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별 후 쓰린 속을 달래기도 하면서 집중할 것이 필요하다면 모처럼 읽거나 드라마나 영화에 푹 빠져보자.
색칠공부
어른들의 취미로 한동안 제법 핫 했다. 컬러링이라고 들어는 봤는지. 컬러링북이라는 게 있다. 두툼한 책에 밑그림이 잔뜩 그려진 책이다. 실제로 색채를 고르고 칠하면서 테라피 (심리치료) 효과가 있기도 하니, 가만히 앉아서 꼼지락거리는 것을 즐겨하는 이에게 추천하는 취미다. 참고로 필자는 <비밀의 정원>이라는 컬러링북을 해봤는데, 색칠에는 취미가 있긴 하지만 너무 꼼꼼하게 하다 보니 한 장도 완성 못해 본 슬픈 과거가 있다.
나노블록
처음에는 만드는데 시간이 들기는 하지만, 점점 빨라지다 보면 금전을 무시 못하는 취미다. 이것저것 만들어 본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마음이 밝아지는 기분, 완성 후에 뿌듯함, 가끔 어려운 부분을 만들기 위해 설명서를 들여다보다 보면 기승전구여친으로 시간을 보내던 당신의 일상이 조금은 변화할지도 모른다. 꾸준히 하다 보면 수집의 즐거움도 덤으로 따라온다.
사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나'를 생각할 것
이별 후 힘들어하는 자신이 보기 싫어서 무리한 스케줄을 수행하거나 하루 일과 후, 혹은 퇴근 후 매일 같이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어요. 앞에서 실내외 취미생활을 추천한 이유는 '혼자'도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이별이 처음인 사람들에게는 이 방법으로 어떻게든 해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러나 몇 번 해본 사람들은 너무도 '잘' 알기도 하더군요. 사람으로 끊임없이 채우려 한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 그래서 우리는 건강한 '나'를 만들어가는 연습이 필요해요.
헤어졌다고 해서 당장 이별 '완료'의 상태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헤어지는 중인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날은 무척 힘들다가도 또 어떤 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괜찮기도 하죠. 이런 하루하루를 반복하다 보면 매일 생각나던 그가 오늘은 떠올랐었고, 꿈에도 나타나던 그녀가 어느 날 길을 지나가다 문득 생각나게 될 겁니다. 문득 떠오를 때쯤 우리는 이별을 한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가끔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풀어두자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혹시 매일 같이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더 이상 '나'를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혼자 잘 지내다가 어느 날 보고 싶은 친구에게 연락할 수 있어요. 혹은 친구가 밥이나 먹을까라고 물을 수도 있겠죠.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면, 이야기를 풀어두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헤어진 그 사람을 그리워했는지, 일은 잘 됐는지 아닌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동안 나의 행적을 정리하는 연습도 필요해요. 혹시 이야기하다가 울컥하더라도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코를 휑 풀어도 괜찮아요.
아직 정리가 덜 돼서 그래요. 어느 날 다시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에 몰두해 있는 당신을 본다면 '그땐 그랬지' 생각할 날도 올 테니 마음 편한 친구에게 지금을 솔직하게 털어놔요.
그 사람 SNS에 가도 좋다
다들 이거 궁금하시죠?라고 묻고 싶네요. (웃음) 그 혹은 그녀의 SNS에 가고 싶을 거예요. 앞서 적은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듯 하지 말라고 하면 어찌나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 '하루에 한두 번 정도는 정 궁금하면 가보세요'합니다.
헤어진 직후 하루에 한 번이 무슨 소리. 하루에 10번 이상 들락날락하는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물론 헤어진 연인의 SNS에 가서 생기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죠. 금세 새 여자 친구가 생기거나 갑자기 결혼을 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사람 SNS에 가세요'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또한 잊혀 가는 과정이라 그래요. 어제는 갔는데 오늘은 안 갔구나를 반복하다 보면 내 일상에서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보내줄 수 있게 됩니다. 서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자는 약속이 연애잖아요. 그런데 헤어졌다고 하루아침에 모르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죠.
힘들겠지만, 매일 같이 헤어짐을 반복해야 해요. 굳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들을 끊고, 잊어라 제발 잊어라 머리를 쥐어 뜯어봤자 고통스럽게 시간만 흐를 뿐이에요. 좋았던 시간은 좋았던 대로 추억하고 못난 나는 못난 나대로 사랑해주면서 시간을 보내는 당신이길.
그래서 다음에는 조금 더 성숙하고,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는 당신이길 응원해요.
작업실 한 켠에 천일홍 ⓒ2017. 꽃처럼 all rights reserved이별의 아픔이 있는 분들께 꽃으로 위로를 드리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어요. 동글동글 달콤한 사탕 같은 매력을 가진 꽃이죠. 드라이플라워로도 많이 알려져 있어요. 오래도록 간직하고 볼 수 있는 꽃, ‘천일홍’입니다.
헤어짐이라는 선택
변하지 않는 것을 찾기, 어렵죠. 그래서 우리는 이별을 하게 되면 사랑이 변했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봐요. 우리는 그저 사랑하는 과정 중에 '헤어짐'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거예요. 슬프게도 연애가 성립하려면 둘의 의견이 모두 같아야 하지만, 헤어짐은 달라요. 이별은 둘 중 한 사람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헤어진 상태가 되잖아요. 만약 우리가 이별을 선택했다면, 혹은 억지로 선택을 해야만 한다면, 사랑하는 과정 중에 헤어짐이 있었고, 이제는 헤어지는 과정 중에 있으니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면서 헤어짐을 겪어야 해요.
그래서 당장은 헤어졌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괴로울 거예요. 매일 같이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니까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