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추장

에쎄이쓰기 그것은 추억쓰기 이다 1

by The Soul Food Writer

1968년 봄, 여름, 가을중 하나. 겨울은 아니었다.

무슨 일 때문 이었는지는 물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부모님은 외출하셨고

집안일 봐주는누나도 부엌에 없었다. 동생과 무슨 놀이를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나와 한살어린 동생은 부엌에서 재미있는 일이 찾아냈다.

우리는 아마도 꿀이나 사탕같은 달콤한 것을 찾기 위해 부엌을 수색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우리는 조그만 장독을 열어보았다. 그속에는 양념해서 잘 볶아놓은 고추장이

있었다. 동생과 나는 손가락으로 조금 찍어먹어 보았다. 맛있었다. 그리고 매웠다. 한번

찍어먹고 매워서 헉헉 거리다가 물 한모금 먹고 그리고 다시 찍어먹고를 반복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 형제는 사건현장에 물증을 남기고 말았다. 손가락으로 고추장을

찍어먹다 매워서 손가락에 남아있는 고추장을 부엌벽 하얀 타일에 비벼서 닦아냈다.

그리고 아무일 없 듯 고추장단지를 닫아놓고 그리고 아마도 마당에서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놀았을 거다. 그리고 모든 사건은 우리 머리에서 지워졌다. 하얀 타일에

묶어있던 예닐곱줄의 빨간 고추장 손가락자국도 그렇게 순간 잊혀졌다.

아마 그날 오후 늦게 였을 거다. 어머니가 돌아오신 후 우리 형제가 고추장을 먹은

사실을 바로 알아내셨다. 혼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많이 웃으셨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어머니가 과연 어떻게 아셨을까 그것이 매우 궁금했다. 그 궁금증이 심해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머리속에서 지워졌던 빨간 고추장으로 그렸던 그림을 부엌에서 그날 밤에 다시 보고

나서야 나는 그 궁금증이 풀렸다. 빨간 고추장 그림은 너무도 선명하게 우리의 범행을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하얀 타일에 그린 빨간 손가락 그림은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다.

그리고 또한 장독안 고추장 위에 송송 나있는 우리의 작은 손가락 구멍들. 몇몇 안되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소중한 나의 옛 시간 중 하나 이다.

아직 할아버지 소리를 들으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난 벌써 수많은 건망증과

기억력이 흐려지는 것을 느낀다. 어렸을 적을 기억할 수 없는 성인은 많이 외로울 것

이다. 기억되는 오늘을 나중에 많이 남겨놓고 싶지만 부엌 타일벽에 그렸던 고추장 그림

사건같이 생생이 기억되는 오늘을 만들기가 자신이 없다.

학생중의 하나가 나의 이런 푸념을 듣더니 내게 좋은 위안을 해 주었다.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동안에 기억해 두었던 모든 정보를 통합하며

현명해져가는 과정이라고. 이제 20살을 갖넘은 동양계 그학생의 말이 참 고마왔다.

아마도 앞으로 수없이 그 학생의 위로의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아갈 것 이다.

사실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좋은 핑계거리를 찾았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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