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심리 3
어제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시의 고풍스러운 올드 다운타운에서 즉석 아이스크림을 음미하였다. 이곳은 주문하면 바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주문대로 배합을 한 아이스크림 믹스를 액체질소로 냉각시키면서 반죽기로 돌려서 바로 서빙해 준다. 이곳에 나는 이미 여러번 왔었다. 어제는 요즘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오기 위해 날 도와주고 있는 부동산일을 하시는 교회친구분과 같이 왔다.
아이스크림은 원료 믹스의 배합만으로 좋은 품질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스크림의 마지막 공정은 냉동되면서 반죽되어 공기가 함유되면서 얼리는 공정이다. 이 공정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많은 공기방울을 얼린 아이스크림안에 포집하는 것이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을 창조해내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스크림 전체부피의 50퍼센트가 공기로 차있을때 그경우를 오버런 100퍼센트라고 부른다. 당연히 공기가 많이 들어 갈수록 아이스크림의 부피는 커지게 된다. 그래서 같은 무게에서 밀도가 낮아지고 부드러움이 증가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은 이과정을 통해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게 된다. 따라서 액체질소를 사용하는 즉석 아이스크림의 경우 냉각전에 충분한 반죽을 하면서 많은 거품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차가움과 부드러움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성격에 대비하면 반대적 성향을 가진 성격이다. 차가운 성격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성격 그것이 잘 섞여있는 성격의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런 사람에게 우리는 과연 호감을 느낄까 아니면 만나기 싫어하게 될까? 혹시 내게만 부드럽고 다른 이에게는 차가운 그런 사람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겉으로 차갑게 보이지만 바라보는 눈빛과 속마음이 부드러운 사람일까? 끌리는 나쁜 남자가 이런 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입에서 느끼는 식감이외에도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은 차가우면서 부드럽고 달콤하다. 이곳 오렌지 다운타운에서 나는 어제 차가우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그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나는 누구에게 차가우면서 부드럽고 그러면서 달콤한 적이 있었던가?
오렌지시 다운타운은 내가 지난 학기에 식품포장학을 가르쳤던 챕맨대학교가 있는 곳이라 나는 이곳에서 많은 주말을 보내면서 공부하기 위해 강의준비를 위해 그리고 때로는 쉴 곳을 찾아 왔던 곳이다. 지금도 챕맨대학교 도서관에서 마감을 훨씬 넘긴 책을 마무리하느라 원고와 즐거운 씨름을 하고 있다. 내게 이곳은 행복한 곳이다. 그렇게 내게는 추억이 있는 곳이다. 추억이 많은 곳에서 어제 나는 그집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과연 어제 내가 먹은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나 아니면 차가우면서 부드럽고 그리고 달콤한 추억이었던가? 그걸 한번 확인해 보고싶어서 나는 오늘 그집에 한번 더 가볼려고 한다. 오늘은 그집 아이스크림을 맛만으로 평가해 볼려고 한다. 그러나 추억을 배제하고 평가한다는 것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식품의 맛은 사실 뇌에서 느낀다. 그래서 우리에게 기억이라는 것이 남아있는한 식품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려워 진다. 매우 어려워진다. 게다가 아이스크림은 그 자체가 차갑고 부드럽고 달콤한 그래서 표현하기 어려운 식품이 아닌가? 나의 뇌는 아이스크림 믹스에 공기를 혼합시키 듯이 그래서 오버런을 높였던 것 같이 실제 내가 먹는 아이스크림에 추억을 이미 섞어 버린 것 같다. 그래서 그집 즉석 아이스크림은 내게 그 어떤 곳의 아이스크림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오버런을 갖게 한 것이 틀림없다. 공기가 아이스크림에 분산되어 갇혀있듯이 그집 아이스크림에는 나의 기억이 갇혀있다. 그리고 지금 그 갇힌 기억을 나는 먹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