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이야기

음식과 심리 2

by The Soul Food Writer

오늘도 어제와 같이 캘리포니아에 오고난 후 단골로 찾는 커피샵에 들어왔다. 이집은 원두를 직접 볶아서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준다. 맨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때 맛 보았던 온두라스산 커피가 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갈 수록 점점 시어져 가는 커피가 매력적 이었다. 어제는 엘살바도르 커피를 맛보았는데 물론 같은 엘살바도르에도 여러 종류의 커피가 있었겠지만 어제 맛 보았던 엘살바도르산 커피는 그야말로 발란스가 완벽한 그런 커피였다. 다른 말로 특색이 없다고나 할까? 쓴맛도 신맛도 과일향도 커피향도 모두가 중간치였다. 그래서 심심했다. 오늘은 에티오피아산 커피로 베리의 향이 있다고 확 밀어버린 옆머리에 긴 앞머리를 한 젊은 남자 바리스터가 추천해준 커피를 맛보고 있다. 마일드한 베리향이 괜찮다. 그러나 이것도 첫 모금이고 시간이 지나서 커피가 식어갈 수록 조금씩 변해갈 거다. 아마도 그렇듯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대한 모든 선호도 역시 그렇게 식어가면서 변해갈 거다. 사랑도 관계도 열정도 꿈도 희생도 그렇게 식어가면서 다른 맛으로 변해가는 커피와 같아질 거다.

옆자리 파란눈의 백인 여학생이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 그 옆에 친구로 다른 한국 여학생을 데리고 과외공부를 하고 있다. 선생 역할을 하는 백인 여학생이 한국어가 유창하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같이 가족 이야기하며 부모 간섭하는 이야기 하며 그리고 남자애들은 어쩌고 하며 과외공부를 한다. 미국역사 이야기를 주로 하는걸 보면 아마도 미국사나 아니면 수능 작문을 공부하는 듯 하다. 선입견은 선입관을 만들고 그렇게 백인 미국학생의 출중한 한국어 실력이 한번더 나의 선입견을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고 있다. 아마도 한국어라는 매개체가 그들 둘간의 관계를 더 단단하고 가깝게 형성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어왔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영어가 좀 부족한 한국학생과 한국어를 잘하는 미국학생과의 관계는 확실히 그냥 그런 일반적인 관계보다는 더 신선하고 다이나믹한 관계의 조건이 될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공부를 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사진을 서로 들여다보면서 어머 어머 하고 있다. 과외공부는 이미 저 멀리로 건너갔고 둘은 좋은 친구사이가 되어있다. 외국에 살면서 항상 부러운 것이 친한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필요할때만 연락하는 친구가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없어도 연락하는 그런 친구가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있어도 멀리 한국에 있다는 것 그것이 참 많이 아쉽다. 그런데 옆자리 두 여학생은 내 생각과는 매우 다르게 서로 재미있게 지내는 걸 보면 아마도 내게 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은 아마도 내가 노력하지 않은 나의 잘못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미국인이라고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일부러 피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내 상황을 보면 틀림없이 내게는 친한 미국인 친구가 없다.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은 나를 정말 될 수 없게 만들 었다. 언어는 생각과 사고철학에서 나온다. 그렇게 나의 생각은 나의 태도를 만들었고 나의 인생관을 고정시켜 버렸다. 자유하자. 육체의 자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의 자유이니까.

두명의 바리스터가 서로 이야기한다. 이번에 들어온 무슨 커피는 중간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무슨 기계인지 한 눈금만 바꾸어도 맛이 확확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어렵다고 서로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들의 모든 관계도 특별히 어떤 관계는 한눈금만 바뀌어도 관계가 확확 바뀌는 그런 관계의 조합이 있다. 나도 특별히 개인적으로 그런 분이 한분있다. 여기서 밝히기 꺼리는 이유는 조금만 언급을 해도 그분은 항상 이게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가 하면서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그래서 혹시 독자로서 이글을 읽을까봐 그래서 더 이상 언급을 피하려고 한다. 어쨌던 내게도 그런 분이 있다. 그분의 성격을 알기에 나는 그분과 대화때 매사에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래도 아무리 그런 노력을 해도 너무나 큰 피해의식에서 모든 것을 자신과 연관시키는 그분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이런 관계에서는 아무리 더 잘하고 조심해도 소위 한방에 훅 가는 사건이 벌어지기 쉽다.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조심스러움이 한번에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백번 조심해도 한번의 서운함으로 돌아서는 그런 분과는 솔직히 나도 관계 맺기가 싫어진다. 때로는 그분과의 관계를 위해 소모한 나의 에너지를 다른 분들에게 사용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 이라는 평가도 하게 된다. 그래도 미워하지는 않는다. 원수도 사랑하라고 했는데 그분이 나의 원수는 아니지 않은가?

옆자리 여학생들은 자기 아버지하고 남자친구들이 자기에게 잘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성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처음 맛보는 베리향이 있는 에티오피아산 커피는 식어가면서 신맛을 더하기 보다 그냥 그맛 그대로 식어가고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온도만 다르고 동일한 맛이 심심하다. 그리고 식은 커피는 향이 덜하게 된다. 사람사이의 관계도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다이나믹해서 좋을지도 모르겠다. 맛이 변하지않고 그냥 식어가는 커피가 심심하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캘리포니아 Buena Park 시 Beach Blvd에 있는 커피전문점 Stereoscope에서 에티오피아 내츄럴 커피를 마시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겉과 속이 다른 감자 크로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