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심리 1
원래 그집 감자크로켓은 그렇게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그곳을 방문하기 전부터 뉴욕 맨하턴 한 가운데 타임 스퀘어 부근의 그 작은 일식집은 그런 감자 크로켓을 만들어 전부터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 잡고 있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바삭함 그러면서도 마치 감자죽을 넣어놓은 듯한 속살. 바삭한 겉이 채 다 부서지기도 전에 부드러운 속살은 밖으로 비집고 나왔다. 겉과 속이 다른 감자 크로켓. 그렇게 우리도 우리의 인생을 살고 있던 것 같다. 좋으면서 좋다고 이야기 못하고 싫으면서 싫다고 이야기 못하고 이것 저것 눈치만 보면서 우리는 그렇게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그런 남의 인생같은 내 인생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겉만 봐서는 단단하고 부숴지는 아삭함의 감자 크로켓 그러나 속은 물렁해서 씹을 필요조차 없는 부드러움의 감자 크로켓. 내 삶도 그랬던가?
아마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감자 크로켓이 아니라 속은 시름과 피해의식에 단단해졌고 겉은 상처속에 물러 망가진 그런 뒤집어진 감자 크로켓의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어쨌던 그날 그밤 그곳의 수많은 사람 속에서 나를 반겨주던 그 감자 크로켓은 나를 매우 잘 아는 그리고 나를 닮은 그런 감자 크로켓이었다. 넓은 땅덩이 수많은 사람들 화려한 네온사인 그렇게 붐비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작은 일식집에는 그렇게 작은 감자 크로켓이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
강렬하게 짜릿한 애프타이저는 그 후의 메인디쉬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 메인디쉬가 맛이 없던건 아니었다. 아주 잘 손질된 그리고 정성스럽게 처리된 타다키 연어스시는 정확하게 네모 반듯했고 그리고 작지만 부숴짐없이 단단했다. 마치 레고블럭을 보는 듯한 아니면 작은 벽돌을 보는 듯한 그런 아담하지만 소박하지는 않은 세프의 정성이 보이는 스시였다. 그런데 그 자체로 훌륭한 메인디쉬가 먼저 나온 애프타이저에 우선 순위를 완전히 빼았겼다.
우리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산다. 그러나 전체를 볼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구성을 보면서 일을 하고 우리의 생활을 설계하면서 산다. 사실 굳이 메인 디쉬가 애프타이저보다 반드시 좋으라는 법은 없다. 마찬가지로 애프타이저가 반드시 메인디쉬의 만족함을 더해주기 위해 우선 희생하는 전야제일 필요 역시 없다. 내일을 정확히 모르면서 사는 우리들 인생에는 오늘이 꼭 내일을 위한 애프타이저만은 절대로 아니다. 최선을 다한 애프타이저로 우리의 정식코스가 마쳐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애프타이저는 그 스스로 코스의 마지막 디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완벽한 애프타이저로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나의 애프타이저는 그렇게 거칠고 부드럽게 나를 자극했고 그리고 식사후 걷던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밤은 내게는 지나가는 영화의 배경과 같이 그리고 내가 주로 찍던 화려하지만 흐린 배경속에 정확하게 촛점잡힌 소박한 여인네의 사진처럼 그렇게 내 오감속을 지나갔고 내 눈속에 촬영되었다. 나는 그렇게 복잡하고 화려한 뉴욕시티의 한 밤을 오히려 조용하게 그리면서도 강렬하게 머릿속에 나중에 돌려볼 수 있는 영상으로 새기었다.
뉴욕의 밤거리는 항상 외로운 듯하면서 자족에 넘치는 쓸쓸한 만족을 즐기는 나를 참 많이 닮았다. 나는 나면서 부터 군중속의 고독과 파랑새를 찾는 순례자가 맞나보다. 어려서는 아마 그럴 것이다고 생각만 하며서 살았는데 이제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가 되니 그건 그냥 상상속만의 나의 인생이 아니었다. 고독한 순례자 그게 내 스타일이다. 이냥 이대로 살련다. 더 좋은 미래가 있을 것 같은 상상 속에서 그리고 더 아름답고 멋진 삶이 있을 거라는 상상 속에서. 때론 혼자 때론 가족과 때론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그렇게 꿈꾸는 소년으로 살련다. 조금 외로우면 어떤가? 폼나면 됐지. 조금 쓸쓸하면 어떤가? 멋있으면 됐지. 아직 내 인생에 메인디쉬는 안 나왔다. 난 화려한 애프타이저를 더욱 즐기려고 한다. 그밤 그곳의 그 감자 크로켓은 내가 경험했던 어떤 애프타이저 보다 가장 강렬했다. 충분히 음미하면서 좀 더 즐길 걸 그랬나보다. 더 바라보고 더 오래 새겨보고 더 길게 느껴보고 더 멀리 가볼껄 그랬다. 화려한 뉴욕 시내에서.
뉴욕시티 West 41st Street Ootoya Time Square 일식집에서 감자 크로켓을 맛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