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쎄이쓰기 그것은 추억쓰기 이다 3
우리집에는 포도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대문에서 현관을 따라 길게 놓인 보도 블럭
양편으로 마당이 있었다. 정원과 보도 블럭 사이에를 따라 토마토가 심겨 있었다.
그것이 토마토 인 것을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가 있다. 날마다 토마토가 익기도 전에
우리 형제가 먼저 수확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에 그 집에서 키웠던
토마토는 다 자라기 전에 따서 늘 푸른 방울 토마토 크기였던 기억이 난다. 토마토는
열매나 잎을 따면 푸른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난다.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그 집의
토마토가 기억이 나는 이유는 바로 그 냄새 때문이다. 그래서 난 아직도 냄새와
기억간의 신비한 연관관계를 내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냄새를 관장하는 부위와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가 매우 가깝거나 서로 깊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 같다. 지금도 덜
익은 토마토의 풋풋한 냄새를 맡으면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던 그 정원이 생각난다.
어머니는 아직도 그 정원의 포도나무 이야기를 하신다. 어느날 굵은 가지하나가
부러졌는데 그 부러진 부분을 보호하고자 세멘트로 나무둥지를 발라 막으셨다는 이야기
그리고 포도나무 상처부위에서 수액이 많이 나왔었고 또 그곳에 개미가 무수히 달라
붙었다는 이야기를 4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하신다. 그런데 그런 포도나무가 내
기억속에는 전혀 없다. 어머니에게 포도나무가 생생히 남아있다면 내게는 토마토가
생생히 남아있다. 토마토의 바로 그 풋풋한 냄새와 함께 내 기억속에는 토마토만 있다.
어느날 가족과 함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을때였다. 사람이 많은 백화점을 다니다
누군인지 모르지만 막 스쳐 지나간 사람으로부터 향수 냄새를 맡았다. 그 순간 생생하게
다시 살아나는 많은 기억들 그리고 또한 올라오는 감정들. 바로 고개를 돌려 내 처의
얼굴을 보았다. 내 처 역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놀란 눈을 뜨고 있었다. 그 향수 냄새
그것은 오래전 우리가 데이트 할때 내 여자친구였던 내 처가 주로 썼던 바로 그 향수
냄새였다. 그 향수를 썼던 그 당시의 기억과 감정이 보관되어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고 내 처에게서도 생생히 남아있던 것 이었다. 그리고 그 향수냄새로 인해 먼지에
쌓여 보관되어있던 그 기억과 감정이 그순간 냄새의 자극으로 출력되었던 것도 나만의
두뇌연산 작용은 아니었다. 나와 내 처는 그날 바로 그 향수의 부드러우면서도 야생적인
특징을 묘사하느라 서로의 국문학 실력을 과시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옛날의 정원은 지금의 잘 가꾸어진 정원들에 비하면 변변치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어려서 다녔던 학교의 운동장이 당시에는 그렇게 넓어 보이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도 내
기억속의 그 정원은 넓지도 않고 고급스럽게 정돈되지도 않았던 그냥 마당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정원은 나와 내동생이 놀기에 충분히 넓었고 가끔 넘어지고 부딪히며
사고를 내기에 충분하였으며 하루 종일을 보내기에 다양한 놀이의 소재가 풍부했었다.
지금은 그 정원보다도 넓은 활동 범위속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며 넓디 넓은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이 넓은 세상이 점점 놀기에 부족하고 일하기에 좁아져가니 내게
세상이 작아진 것일까 아니면 사소한 놀이거리과 세상의 호기심를 풍족히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답이 무엇이든 나는 작은 것에 만족하는 풍족한 마음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를 어린이 때 만큼 향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