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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농 후추 Feb 25. 2023

이렇게 좋은 날, 홍대 땡스북스


* 이 글은 2019년도에 쓰여진 글입니다.





이전하기 전의 홍대 근처의 땡스북스는 내게 놀이터와 같은 곳이었다. (현재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6길 57-6으로 이전했다)



많은 놀이감 중에서도 책을 좋아하는 어른을 위한 놀이터가 있다면 이런 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내가 땡스북스를 찾아갔을 때 고른 책은 맥주와 관련된 책이었다. 왜 내가 많고 많은 책 중에 술과 관련된 책을 골랐는지에 대해서는 나에 대한 설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술을 그렇게 잘 마시진 못하지만, 퇴근 후 혼자 즐기는 혼술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멋짐을 위해 맛이 없지만 굳이 기네스를 고르는 허세인간이었고, 전 남자친구에게 받은 영향으로 해외축구를 보며 달달한 맥주를 홀짝이는 것도 꽤 좋아했다. 그래서 어쩐지 내가 현재 알고있는 지식보다 좀 더 술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수제맥주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고 라거와 에일의 차이는 뭔지 공부하면서 술이 더 좋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날의 땡스북스에서 읽었던 책의맛을 표현한다면 어쩐지 맥주가 아니라 아이스티의 맛으로 기억되어있다. (맥주와 함께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을!)



'맛은 기억을 동반한다'라는 구절을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출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홍차관련 책이었을 것이다) 그 글귀를 본 이후로 어떤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맛으로 저장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꼭 그 순간 무엇을 먹지 않더라도 어떤 기억들은 맛의 기억으로 저장이 되었다. 지우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은 마치 새콤한 오미자 같았고, 또다른 어떤 기억은 감처럼 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들 사이로 신선한 채소같은 기억들도 몇 있었다.






이 날의 아이스티는 나에게 어떤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을까..



고백하건대 이전한지 꽤 되었는데도 나는 아직 이전한 땡스북스를 가보지 못했다. 이것은 정말로 한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어떤 겨울날 내가 땡스북스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은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무거운 짐을 가지고 다니지 않더라도 좋은 책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땡스북스를 추천하고 싶다. 내가 방문한 그 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으나 나에겐 그 날이 참 좋은 날이었다. 당신의 땡스북스도 부디 당신에게 좋은 날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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