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일 일기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밤, 격렬한 회의와 허무의 번개가 정수리를 내려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주처럼 무한한 공간이 허락된 나의 머릿속이 돌댕이처럼 꽉 매여, 그 어떤 생명도 그 속에서 헤엄치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눈 앞에 있는 문자들, 수많은 상징과 의미의 장구한 흐름, 그 모든 것을 서로 잇는 끈적한 것들이 뚝뚝 끊기며 모래알처럼 바스라져버릴 때가 있다.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쥐어보려 해도 모래알처럼 후두두 떨어지며 형체도 없이 흩어져버릴 때가 있다.
그 누구도 박탈할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존재가 그저 한없이 투명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누구도 나의 온전한 형체를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을 것 같은 밤.
그 어떤 희망을 담은 기도에도, 그 어떤 처절한 부르짖음에도 아무도 응답해주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텅빈 하늘 아래서 혼자 바들바들 떨며.
늦닷없이 내동댕이쳐진 나의 삶이 언제 다시 채여갈지 모른다는 공허한 사실에 모든 것들을 내려놓아버릴 때가 있다.
그 누구도 빼았아 갈 수 없는 나의 생각과 영혼
박탈될 수 없고 부정될 수 없는 존재
헐벗고 멸시 당하더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
재단하고 구별짓고 차별당하더라도 벗겨낼 수 없는 공감의 감촉
이 모든 것이,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믿음이
그저 우주에서 부유하는 억겁의 먼지 속의 일부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것도 서로 마찰조차 하지 않는 먼지들처럼
다시 삶을 되돌아본다. 나를 세상에 엮어주는 수많은 의미와 관계들의 거밋줄이 뜯어져 나가는 밤. 어딘지 모를 어둠 속에서 세상에 뒤덮여 있는 거미줄들을 내려다본다. 너무나 익숙했던 일상 속의 관계들, 습관들, 읽었던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 먹거리와 물,
벗들과 낄낄대며 나누었던 욕지꺼리들과 농담들, 목에 핏대올리며, 눈에 힘주며, 그러나 그런지도 모르고 침튀기며 뱉었던 논쟁들과 가시와 같은 말들, 달콤하게 속삭였던 끈적한 언어들, 감사의 포옹과 악수와 언어들.
장구한 역사와 광활한 사회. 필사적으로 다시 거미줄을 향해 손을 뻗는 나. 모레알 같이 바스러지는, 먼지와 같이 부유하는 내 자신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구원하려는 그 손길.
그 손길을 잡아주는 네가 고맙다. 나를 다시 엮어주고 품어주는 당신이 고맙다.
아직까지 하늘이 아닌 이 땅위에 내가 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땅 속으로 꺼지지 않고, 땅 위에서 하늘을 가리키며 솟아 있는 나의 존재를 잡아주고 있는 당신의 그 손이 고맙다. 그저 손 일뿐인데. 아니 손만큼은 따뜻하게 해주는 당신의 존재가 고맙다. 그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