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편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가서 축배를 터뜨리고 싶지만,
사진 한장 (세상에서 가장 큰 아이스크림 케익이라고 하네요)과 글로 대신 축하합니다.
앎이라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무게로 다가오게 되는지 점점 자각하는 만큼 아버지의 무게도 크게 느껴지는 군요.
이번 학기 언젠가부터 '역사에서 나는 도대체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나,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난데 없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머릿속에 박혔는데, 한 순간에 떨어지지 않고 하나의 씨앗이 되어 수많은 고민과 고뇌를 낳게 만들더군요. 스와스모어에 있었던 수많은 고민이 익고 또 익었다가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난데없이 떨어진게지요.
아무튼 아부지가 나의 삶을 대신 살아줄수는 없지만,
앎의 지평을 넓혀주고, 그 새로운 지평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항상 격려/지원 해주어서 그래도 내가 근근히 이 무게를 버텨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시대'와 '역사'라는 장벽 앞에서도 글과 말, 게다가 심지어 꿈까지 동원해 그 것들을 뛰어넘고 허헌과 김병로, 그리고 이인이라는 분들과 함께 살 수 있었던 아부지 때문에,
우리 가족은 잠시 아부지를 '빼았겼지만', 다시 돌아와서 우리 가족과 이 세상에 그들의 이야기를 복원해 전파하는 아부지가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권력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법이라는 영역에서,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자에 눈이 어두워져 전자에 대한 기초적 예의도 지키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에 이 분들의 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더 크겠지요.
후자에 대한 희미한 실낱 같은 희망이 있을 지라도, 치열하게 그 희망에 대한 손을 뻗어, 전자를 사수하려는 위대한 3인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진실 된 이들의 짐을 덜어주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무게를 지워주었으면 좋겠군요.
아무튼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가을밤에 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