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 사물의 주인

2014년 일기

by 한솔

어떤 여자 후배와 대화를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쇼핑을 더 즐겨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삶에서 쇼핑보다 주위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가장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렇지 않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그 주위에 대해 주도권, 그리고 통제권을 잡고 싶은 욕망이 있다. (이건 분명하다. 남자건 여자건 사람이라면 있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문제는 그 주도권이 자신의 힘을 넘어선 거대한 사회 체제에 있다는 것에 많은 부분이 기인한다. 삶이 거대한 사회 체제 때문에 표류하는 것에 주체성을 잃고, 무기력감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아직도 가치있음을 느끼려고 사랑에 목매달고--그래야 자신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이가 생기기 때문에--여러 다른 형태를 통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았음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혹은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과 같은 '스토리'에 기반한 자신의 삶의 주체성 찾기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유행하는데도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 홈쇼핑에 빠진 남성의 이야기가 TV에 나온적이 있다. (아마 화성인 바이러스 인듯)

그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주위에 대화할 사람이 별로 없는데, 홈쇼핑에 전화하면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며 살갑게 대해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문의가 아니라, 물품 구매건으로 전화했다고 하면 얼마나 더 상냥해지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전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여성은 '주도권', 그리고 '주체성'을 잘 지켜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이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며, 집안에서는 더 그렇다. 하지만 쇼핑을 할 때는 다르다. 그 순간만큼은 사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삶의 주인이 될 수 없기를 강요받는 삶은 사물의 주인으로 사는 삶으로 대체되곤 한다.

결코 채워질수는 없겠지만.

함부로 비난할 일이 아니다.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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