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존재가 내 품안에서 미끄러지던 밤

2013년 3월 일기/시

by 한솔


그대의 존재가 내 품안에서 미끄러지던 밤.

3월 중순, 마땅히 꽃과 생명이 활개쳐야 할 그날은

매서운 바람과 눈이 여전히

나는 추위에 몸을 떨며 일어났고, 한겹의 이불은

나를 충분히 온기로 감싸주지 못한다.

고개를 쏙넣고 팔다리를 이불안으로 더욱 웅크려 보지만

내 숨결과 살결의 만남은 나를 눈감게 하지 못해,

이불을 박차고 나와

장롱에서 두꺼운 이불을 한겹더 주섬주섬

내 자신을 스스로 그 두꺼운 고독에 파묻는다.

하지만 여전히 감기기 않는 눈

너란 몸에 딱 달라붙어

서로가 열기를 빨아댔던 그 날밤의 기억이

지금은 나의 넋과 혼을 빨아들인다.

한겹으로도 따뜻했던 이불,

지금은 고독이란 이불만이 나를 겹겹히 엄습해

수억겹의 고독이 나를 억죄고 얼린다.

그 고독에 눌린채

간신히 손을 뻗어 핸드폰을 주섬주섬

영영히 끊겨야할 그 기억의

썩은 끈을 나도 모르게 쥐려고 발악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지금 눈을 감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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