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끊임없이 굴러가는 돌의 삶

자의든 타의든 굴러가는 돌도 살만한 인생

by 미노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문장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계속 이곳저곳 떠도는 삶은 머 하나 쌓이거나 느는 것 없이 인생이 흘러가기만 하니 어디든 정착해서 꾸준히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한 자리에 머무를 때 역량이나 친구 같은 긍정적인 것이 이끼처럼 쌓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이가 꽤 들고나서야 실제 서양에서 저 속담은 굴러가는 돌의 삶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굴러다니는 돌 이끼라는 녹이 쓸 겨를이 없다. 즉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노력해 가야만 쓸모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혹은 물아래 백조의 발놀림과 같은 느낌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동ㆍ서양이 가지는 기본문화의 차이에서부터 해석이 정반대로 되어버린 경우라 할 수 있데 두 해석 모두 의미가 있어 어떤 의미가 옳은지 보다는 굴러다니는 삶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면 어찌 살다 보니 계속 굴러다닌 돌의 삶을 살고 있는데 흔히 역마살이 끼인 삶이지 않나 싶다


19살 서울살이를 시작하며 기숙사, 하숙, 원룸, 고시원 등 주거지를 옮긴 것도 십 수 번에 입직 후에도 중앙부처, 지자체, 위원회 등 부처도 많이 옮긴 케이스라 내 삶도 나름 굴러다니는 돌의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굴러다닌 내 인생은 이끼가 끼지 않게 항상 새로이 열정적으로 삶을 살았던 건지 아니면 경험이나 능력, 혹은 지인이나 동료 등 아무것도 쌓인 것 없이 얄팍한 삶을 영위했던 건지 한번 반추해 봤다.


이렇게 굴러다니는 삶에도 분명 이끼는 아닐지라도 쌓여가는 것들은 있다. 역량, 경험, 인연 등등


사실 이리저리 굴러가는 삶이나 한 곳에 정착한 삶에 더 낫고, 덜 나은 상하가 있을까 싶다. 그냥 삶의 형태와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그리고 주변을 보면 돌멩이의 형태, 재질, 모양 등에 따라 잘 굴러가기도, 한 곳에 잘 머물러있기도 한 것 같아 자기만의 길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본인이 그러한 삶에 잘 적응해서 능동적으로 주도해 가며 살아가는지, 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 수동적으로 끌려가고 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본인은 굴러가는 삶이지만 나름 자신의 생각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주도적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살아오고 있다 어떤 형태의 인생이라도 의미 있을 것이다.


나름 굴러다닌 돌의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 말하자면 매 순간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고, 모든 순간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아니었지만 꽤 열심히 자신을 닦달하며 일을 배우고, 인연을 만들며 의미 있는 순간들을 이끼와 같이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만으로도 지금까지의 내 삶이 의미가 있고 그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온 나 자신을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디로 내 삶이 굴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자리에서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게 해내며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굴러가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개성 있는 이끼를 쌓아가는 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멈춰있던, 굴러가든 어떤 이끼를 쌓아가는 돌로 살아갈 것인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