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입사하다

by 은행원



2008년 회사에 첫 입사를 했다.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이 나에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딱히 뭔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외국어 공부에 몰두했고 당연히 그 일이 내 본업이 될 줄 알았다. 언어 공부를 할 때는 정말 행복했다.

그래, 외국어를 쓸 수 있는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s물산에 취업하는 걸 목표로 했다.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결과는 불합격. 너무 간절한 마음이었기에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 후론 유명한 대기업이면 원서를 지원했다.

지원한 기업은 10군데 남짓.

s물산 외엔 딱히 가고 싶은 기업이 없었기에 면접을 가서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취업하게 된 곳이 지금 15년 째 몸담고 있는 내 첫 직장이다.

지점으로 발령 받기 전 연수원에 입소한다.

약 4주 간의 연수원 생활을 통해 은행 생활의 기본 지식을 배운다.

통장 이월하는 법 부터 시작하여 수신, 여신, 외환 기초 등에 대해서이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처럼 어학을 전공한 친구들도 많았다.

200명의 동기들 중 중간에 다른 회사에 합격해서 퇴사한 친구, 은행이 맞지 않는다며 퇴사한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고 백 몇십명의 친구들만 지점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연수원 성적에 따라 지점 발령이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좋은 지점에 발령받을 수 있었을까.

내 첫 점포는 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점이었다.

그 말인 즉은 잔돈교환, 동전 등의 업무가 많고 내점 고객의 연령층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입사 후 첫 점포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다 좋으신 분들이었다.

함께 일했던 대리님들은 이제 막 30살 정도 된 대리님들이셨고, 나의 직속 과장님이셨던 분은 이제 막 과장으로 승진하셔서 열정이 넘치셨다.

그리고 옆 부서에는 나이가 50살이 넘은 대리님 세분이 계셨다.

연령대가 다양한 대리님들 사이에서 나는 막내 신입 사원이 되었다.


과장님은 정말 열정적이셨다.

거의 가장이 되어 아이 둘을 키우며 회사를 다니셨는데, 영업도 손님관리도 열정적이라 배울 점이 많았다.




첫 월급날. 150만원 정도의 돈이 입금되었다.

바로 적금을 가입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부모님께 드릴 용돈을 뽑았다.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나는 드디어 스스로 자립했다는 생각에 돈 버는 것이 즐거웠다.

가끔은 주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입사 후 바로 s 기업에 원서를 넣었다.

내 목표는 이 곳이 아니라 다른 곳이다. 다른 곳에서 일하면서 기회를 노리자. 라고 생각했고 s기업 인적성 날짜가 정해졌다.

그런데 그 날짜는 내 옆 대리님의 결혼식 날이었다.

하루, 한달 일하다보니 이 일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네, 계속 다녀볼까?

그래. 이 대리님과의 관계도 소중하잖아.

그렇게 내 목표는 현실에 안주하면서 사라졌다.



결혼식 참석을 택했고, 그 대리님과 몇년은 한 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여러가지 영향을 받았다.

퇴근 후엔 같이 쇼핑도 하고, 뮤지컬도 보곤 했다.

명품 가방도 한두개씩 척척 살만큼의 여유도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꾸준한 저축을 해나갔다. 1년에 2천만원 모으기가 내 목표였다.

목표는 있었지만 왜?는 없었다. 왜에 대한 이유도 모른 채 우직하게 돈을 모아나갔다.

취업난이 무엇인지 경험해보지 못한 채 졸업 전에 취업을 했고,

내 인생은 이제 모든 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고3 때와 같은 막막했던 나의 대학 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반을 휴학하면서 할 것 다 해보았던 내 대학생활이 이렇게 마무리 되는 구나.

나는 이제 사회초년생이다. 라는 생각에 세상이 아름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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